5일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폭락한 2962.17로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10일(2958.12) 이래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코스닥지수도 27.83포인트(2.83%) 떨어진 955.37로 마감했다. 미국 증시가 인플레이션 압력, 임박한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연방정부 부채한도 조정을 둘러싼 민주·공화당 간 대립에 따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이 겹쳐 전날 밤 나스닥지수(-2.14%)를 중심으로 큰 폭 내린 여파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6210억5000만 원을 순매도하고 코스닥에서 1091억2000만 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 순매수 3580억1000만 원, 코스닥 순매도 2331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미국 증시 불안에 따른 달러 약세가 부각됐으나 1188.7원으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진다. 미국 변수 외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의 파산 리스크 등이 한꺼번에 덮치고 있다. 당분간 변동성이 큰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에 더해 실물경제 충격을 증폭시키는 요인까지 중첩되고 있다. 이미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기업들을 짓누르고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잿값이 급등하고, 중국의 전력난으로 공장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경기 후퇴가 가져올 후폭풍이 우려된다. 글로벌 선복량 부족에 따른 물류대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자동차업계의 생산 차질 또한 심각하다. 복합적인 실물경제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은 더욱 살얼음판이다. 그동안 낙관론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심각성을 거듭 경고하고 나선 것부터 심상치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회색 코뿔소’를 언급했다. 누구나 아는 지속적 위험신호를 무시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는다는 뜻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가계부채다.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는 인식에서다.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805조9000억 원에 이르렀다. 집값 폭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등이 급증한 까닭이다.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되고,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와 경기가 내리막을 탈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악재들이 겹쳐진 위기지만, 정부의 효과적 연착륙 방안이나 마땅한 정책 수단이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