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하거나 생계형 카드론…‘금융 취약층’ 내몰린 2030

입력 2021-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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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가상화폐 투자 비중 60%
20대 카드론 1.1조로 19% 증가
개인회생 늘어 부실 본격화 우려
금융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해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부채가 급증한 20~30대 청년층의 금융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 집이나 가상화폐,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을 실행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한편, 경기 침체에 따라 고용 상황이 악화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대출까지 손대는 취약 청년층도 증가하고 있다.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층의 부채가 다른 연령층 대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년 대비 연령대별 소득대비부채비율(LTI)상승폭은 20대 이하가 23.8%포인트(p), 30대는 23.9%p를 기록했다. △40대(13.3%p) △50대(6.0%p) △60대 이상(-3.2%p)보다 청년층의 상승폭이 컸다.

신규 차주 가운데서도 청년층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신규 차주 중 차주수 기준으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58.4%였으며, 부채액 기준으로도 55.3%를 기록했다.

청년층 부채 증가의 배경에는 ‘투자’가 있다. 청년층은 주택과 위험자산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를 하기 위해 빚을 늘렸다. 작년 3분기 기준 청년층 대출 409조 원 중 64%는 주택 관련 대출이었다. 또,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의 활황에 따라 위험자산에 투자를 늘렸다. 작년 상반기 기준 6개 주요 증권사의 신규 주식계좌 723만 개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의 계좌이며, 이들의 신용공여 잔액은 2019년 말 대비 55%나 증가했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세대별 암호화폐 투자 비중에서 20대가 32.9%, 30대가 29.1%를 차지했다.

그러나 청년층 부채 증가 원인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실업난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3000명이 감소한 376만3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청년실업률은 9.0%, 체감실업률은 25.1%에 달한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인 취약 청년층은 은행 이용에 제한이 있자 생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금융권 대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20대의 카드론 잔액은 전년 대비 19%나 증가한 1조1000억 원을 기록했고, 리볼빙 서비스도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인 6.8%이었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 악화로 재기가 불가능해진 취약 청년층의 부실의 본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채무로 한계에 봉착한 청년층의 개인회생신청이 타 연령 대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말 대비 작년 6월 개인회생 접수 증가율이 20대 남성은 29.8%, 20대 여성은 24.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정부가 취약 청년층 지원과 투기 차단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단계적 적용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위험자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한편, 별개로 취약 청년층을 위해 DSR 산정시 장래소득 인정기준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업권 역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청년층 전용 상품 등으로 취약 청년층의 자립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 청년층이 은행 대신 2금융권, 대부업 이용으로 자금조달에서 구조적 차이를 낳고, 이는 자산 격차의 원천으로 작용하면서 금융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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