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작업 도중 300kg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일하러 갔다가 일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은 재수가 좋은 사람들”이라며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은 재수가 없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오늘날 산업 현장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이어 “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하고 일터로 내몰리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라며 “이 친구들은 학비에 보태고 용돈 벌이를 하려고, 돈 몇만 원 벌러 간 곳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고 했다.
이씨는 기업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다고 봤다. 그는 “(기업은) 대체 왜 이런 식인가”라며 “10만 원 아껴서 얼마나 더 부자가 되려고 그러시나”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이윤만 밝히는 기업가보다 안일에 빠진 공무원이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수많은 유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하게 촉구했으나 기업과 정부의 반발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형편없는 법이 됐다”고 성토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역시 “항만 등 위험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매년 다치고 죽어가는데 국회든 정부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땐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현장에 있어야 하지만 고(故) 이선호 씨가 작업하던 현장에는 이들이 자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