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기침체로 번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전사적인 위기관리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특히 장치산업인 자동차산업에서 경기침체는 그 어떤 변수보다 가장 무서운 복병이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인원 구조조정, 공장폐쇄, 감산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빛을 발산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온 기업들이다. 그중 자동차산업 분야에선 현대모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IMF 외환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아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묵직하게 경쟁력을 키워왔다.
IMF 상황과 자주 비교되는 요즘의 위기 상황에서 현대모비스는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며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환경으로 기업들의 실적 부진발표가 이어지던 지난 10월, 현대모비스가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조9787억원, 영업이익은 239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 16.8% 증가했다.
전 세계 주가가 급등락 하면서 출렁거리는 매우 불안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실적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이상현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3분기 실적은 예상치에 부응하는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는 환율효과로 인해 AS부품판매사업부의 수익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탓으로 파악되며, 모듈사업부의 경우도 우려했던 중국의 올림픽 교통통제에 따른 완성차 생산차질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모듈부분의 목표영업이익률인 5%에 근접하는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4분기 매출액은 3분기 부진했던 모듈부문이 4분기 들어 완성차의 가동률 향상으로 다시 두 자릿수 증가할 것”이라며 “통상 4분기 AS부문 재고조정이 있고 모듈부문 매출액이 확대되기 때문에 수익성은 전분기보다 둔화되겠지만,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판매증가에 따른 효과가 이어지고 있고, 환율이 다소 하향안정화 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AS사업부의 마진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위기일 때 빛을 발한 경영혁신활동
이처럼 현대모비스가 불투명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펼쳐온 경영혁신활동의 영향이 크다.
현대모비스가 경영 전반에 경영혁신활동을 대대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06년.
그 해, 현대모비스는 본사조직 내에 경영혁신팀을 조직하고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활동 이후 1년 정도가 지나자, 회사 전반에 걸쳐 경영혁신활동이 정착되면서 그 효과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펼쳐온 물류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절감면에서만 올해 500여억원의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3년간 4000여억원의 추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현대모비스는 전 물류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딜러의 경영컨설팅 역량 강화에도 집중했다. 이러한 물류혁신의 결과는 자연히 신속하고 정확한 부품공급으로 이어지면서 고객만족 극대화로 연결되기도 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제품 설계 및 구상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를 참여시켜 생산기술과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원가절감을 이뤄냈고, 설계 단계에서부터도 부품공용화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경영 전반에 걸친 경영혁신활동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올해 총 26대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낭비 및 개선요소 점검해 왔다.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빛을 발한 현대모비스의 저력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 첨단 모듈 경쟁력에 미래 성장동력 추가
현재 현대모비스를 견인하는 가장 큰 성장 동력은 자동차 모듈 및 핵심부품사업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북경에 2공장을 가동하며, 중국에서 모듈 100만대 시대를 열었고, 11월에도 체코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기존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함께 유럽에서 모듈 6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그 외에도 현대모비스는 미국 조지아공장(2009년 완공),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2011년 완공)도 예정대로 준공될 수 있도록 공장건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과 함께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개발과 양산 적용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모비스는 독자 개발한 첨단 전자식 제동장치인 MEB(Mobis Electronic Brake) 양산에 나서면서 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앞으로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 공장의 생산설비 증설을 통해, 제동장치·에어백·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램프 등 핵심부품의 생산능력을 2010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 현대모비스는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추가 성장 동력원 확보에 본격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 제조사업과 현대오토넷 합병을 통한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신영증권 박화진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와 오토넷과의 합병에 대해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주식수 증가로 주당순이익(EPS) 희석 우려가 존재하지만, 최근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와 시너지 효과에 의한 비용 절감 등을 감안할 경우 합병후에도 영업이익률 10%대 유지가 가능하며 자동차 부품 사업중 가장 성장성 높은 전장 부품 사업 영위에 따른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우증권 박영호 연구원 역시 "현대모비스와 오토넷과의 합병은 그룹 내 핵심부품 사업 내재화 필요성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고, 현대모비스의 기존 아이템과 핵심 전장 및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융합해 첨단화할 수 있고, 그룹 내 중요 R&D 효율성을 높이게 돼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합병 시너지는 합병 법인의 기업가치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