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익’과 ‘땄다’ 사이

입력 2021-03-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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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카페에 앉아있으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옆 테이블 얘기가 들리기 마련이다. 특히 모르는 누군가가 돈 얘기를 하면 더욱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어느 저녁, 혼자 앉아있던 카페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4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근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앞에 두고 서로의 근황을 묻다 이내 돈 얘기를 시작했다.

서로의 첫 물음은 ‘한 달에 적금을 얼마나 넣느냐’였지만, 이내 주식과 아파트, 비트코인 얘기로 흘렀다. 목소리가 유난히 컸던 한 남자는 “나는 적금은 하나도 안 넣고 모두 주식에 넣다가 요즘에는 미국 주식이랑 코인에 넣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까지 코인으로만 한 130 땄는데 지난주에 뭐 하나에 잘못 물려서 이번 주는 80밖에 못 땄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한참 동안 미국 주식 A 종목으로는 얼마를 땄고, B 종목으로는 얼마를 잃었는데 딸 때까지 ‘존버’(계속 버틴다는 은어)하겠다고 했다.

돈을 ‘땄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남자의 모든 행동이 위험해 보였다. '따다'라는 단어는 ‘노름이나 경기 따위에서 이겨 돈이나 상품을 얻는다’는 뜻이다.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 현금을 한 푼도 보유하지 않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돈을 주식과 비트코인에 넣고 있다. 전 재산을 갖고 투자가 아닌 ‘유사 노름’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투자 행위의 지엄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본인의 노동행위로 맞바꾼 돈을 인생을 위한 장기 투자 개념이 아닌 어느 투전판의 판돈으로 여기는 태도는 위험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투자보다 투기에 더 익숙하다. 최근에는 주식과 가상화폐뿐만 아니라 토지마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로 돈을 딸 수 있는 대상임을 모두가 알게 됐다. 투기로 변질된 투자의 본질을 되찾는 일은 더 멀어져만 간다. 지금이라도 중·고등학교에서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도 '금융과 투자'이라는 과목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 남자는 비트코인 얘기를 한참하다 아파트 얘길 꺼냈다. ‘갭 투자’니 ‘주택담보대출’이니 하는 단어가 나왔지만 나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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