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도 구조조정…중소업체 반발

입력 2008-11-18 20:37 수정 2008-11-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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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건설업에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에 나설 기세다. 호황기에 급격히 늘어난 중소업체들이 올해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이것이 한국경제에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이 중소형 조선업체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해당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은행연합회는 18일 중소형 조선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중소기업 신속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조선업체들도 기존 패스트 트랙 프로그램 지원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중소 조선사를 A등급(정상기업), B등급(일시적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 C등급(부실 징후가 있으나 회생 가능한 기업), D등급(회생 불가 기업)으로 분류토록 돼 있다.

이중 A와 B등급 기업에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특별 보증을 하고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게 되며 D등급은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날 설명회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특히 금융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올해 세계 조선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하강 국면을 보이면서 수주량이 줄어들자 중소형 조선소들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대출이나 선수금환급보증(RG)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은행들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에 대규모 시설자금을 공급했고, 선주에게 선수금을 받으려는 조선사에 대해서는 수주대금의 70~80% 가량을 RG 개설을 통해 보증해 왔다.

따라서 조선업체가 부도나면 은행들도 큰 피해가 불가피한 셈이다.조선업계에는 중소형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줄이거나 해지하고 있는 데다 발주 자체를 늦추는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올해 1~10월 수주량은 1644만CGT(보정총톤수)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2830만CGT 대비 41.9% 가량 줄었다.

대형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통해 그나마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벌크선 위주로 사업을 펼쳤던 중소형 조선업체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금융권의 이러한 구조조정 추진 움직임에 대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금융권의 자금 지원 및 RG 거부로 인한 것인데 무리한 시설 확장 및 수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중소형조선협회 관계자는 "등급을 구분해서 생사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게 금융권의 의중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은행들이 자금 지원 중단으로 초래된 현 상황을 중소업체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C&의 경우 시설 자금마저도 부족해 신조 작업이 중단됐지만 금융 경색으로 인한 은행권의 리스크 회피 때문에 RG 개설 마저도 거부당해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보험사나 수출보험공사에서 보증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RG 개설이 안됐다는 게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얘기다.

특히 최근엔 보증서를 갖고 은행을 찾아가도 RG 개설을 안해 주는 실정이다. 조선업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어놓고 분양이 되지 않아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들과 수주를 해놓고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조선업체들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며 "아무리 해도 안 되는 회사의 구조조정은 당연하지만 회원사들의 경우 대부분 3년치 일감은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나온 중소형 조선업체 관계자들도 조선업 회생을 위한 뚜렷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나오지는 않고 기존의 신용업무 절차 소개만 되풀이한 셈이라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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