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전날 대혼란에 빠지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정말 확산될 것인지 시장의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날 국내 금융시장은 주식, 외환, 채권 시장을 막론하고 동반 약세를 나타내며 이른바 ‘트리플 약세’ 기조를 보이며 지난주말 미 구제금융안이 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지난 2분기 이후 외부 경제 악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불안한 조짐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며 고금리, 고물가, 원화가치 급락 등 부정적인 변수가 부상하는 가운데 자산 건전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대책에도 달러-원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며 ‘외화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싹트고 있는 상황 속 주가 하락, 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실물경기 하락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리플 악재 국내 금융시장 강타= 전날 국내 금융시장은 이른바 주식, 원화, 채권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인 이른바 트리플 약세의 결정판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4.29% 폭락한 1358.75로 장을 마감, 올들어 최저치를 경신했고 지난해 1월 10일 1355.7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5.95% 이상 폭락한 406.39를 기록, 장중 한 때 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무려 46.40원 폭등한 1270.30원으로 거래를 마감, 이 역시 지난 2002년 5월16일 1269.80원 이후 6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채권시장 역시 환율 폭등 여파로 시중 달러화 유동성 고갈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며 채권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0.14% 오른 5.84%까지 치솟으며 5.77%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외환 보유액 감소 등 경제 펀더멘탈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한국 경제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화유동성 해소가 관건= 무엇보다 국내 외화 유동성 여건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기대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기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은 전세계 금융불안에 따른 유동성 경색 심화와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외국인투자자들의 경우 리먼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국내증시에서 1조37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투자자금 회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경상수지 역시 수출증가율(16.2%)이 수입증가율(37.6%)을 큰 폭으로 하회하면서 사상 최대 적자(47억1000만달러)를 시현하는 등 올들어 125억9000만달러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외신들 또한 최근 달러-원 환율 폭등세를 두고 한국 역시 금융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속속 보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 폭등세를 한국의 최대 문제로 지적,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첫 피해국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전날(6일) 보도는 더욱 암울하다.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올들어 26% 하락하면서 세계 주요 통화중 최악의 손실을 냈다며 달러-원 환율이 지난 이틀간 82원 폭등한 것을 두고 원화값이 향후 6개월내 14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외화유동성 사정은 개선 여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상황의 전개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안팎으로 둘러싸인 악재를 고려할 경우 역시 단기간의 개선 기대 기대감은 사실상 접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실물경기 침체 진짜 오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실물경제에 금융위기가 퍼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외환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금융불안이 당장 걷힐 것으로 기대하는 않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우선 주요 외화 자금조달원이던 미국과 유럽 금융 시장이 동반 위기에 휩쓸리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자금조달이 계획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은행간 자금조달도 원활하지 못해 시중은행들의 실질적인 유동성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겪 현재 단기자금시장 경색은 금융시장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구제금융안 의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될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실물 경제 또한 상당한 하락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 우려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금융권 유동성 관리→국내 기업 자금 압박→생산 축소→수출 타격→경상수지 적자→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자칫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 리스크는 확대되는 반면 자산 건전성은 악화되는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이라며 "우선적으로 외화 및 원화 자금조달 시장 경색의 정상화가 일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국내 자본시장의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채 및 회사채 등 신용등급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CP(기업어음) 차환발행마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조달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자금사정 악화는 곧 일반 기업들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채 지원 펀드 등 정부의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역시 "현재 시장이 달러를 원활한 공급을 요구하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정부가 시중 은행들에 달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 것과 더불어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단행해야 하고 대외 채권 등 유동화할 수 있는 방법 또한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