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감소와 환율 급등 등 잇단 악재로 올해 3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아스콘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협의로 고발하는 등 3중고(重苦)에 빠지는 모습이다.
국제유가 하락 속에 석유제품가격 역시 인하되면서 정제 마진이 줄고, 환율 급등에 따른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해 올해 3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도로포장재인 아스팔트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중소 아스콘업체들이 원료를 공급해온 대기업 정유사를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석유제품가격은 지난 8월 넷째 주에 배럴당 휘발유가 113.79달러, 경유는 133.26달러를 기록한 뒤, 9월 첫째 주에는 각각 109.06달러, 126.50달러, 9월 둘째 주에는 106.27달러와 120.55달러, 9월 셋째주 99.07달러, 115.63달러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도 9월 셋째 주에 주유소 공급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달 셋째 주부터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전판매가격을 리터당 30~40원 정도 낮춰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국제유가의 변화가 국내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약 1~2주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9월 넷째 주에도 리터당 30원 이상의 추가 인하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이번 3분기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마진회복 등 상황 개선 없으면 3분기에 적자를 보거나 큰 폭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석유제품과 원유가격의 차이인 단순 정제마진은 지난해 2분기부터 지금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마다 달러부채, 내수 및 수출비중에 따라 다르지만 올 3분기의 경우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최악의 경우 단기 순이익 적자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스콘 제조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정유사들을 아스팔트 가격 담합 협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 주목된다.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개사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상 폭으로 아스팔트 가격을 인상해 담합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 공정위에 고발했다. 아스콘업계는 가격 인상 통보를 받은 회원사 직원 400여명의 명단을 공정위에 증거로 제출했다. 대기업 정유사들이 아스팔트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오는 26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조합원사 임직원 25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궐기 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벙커-C유 가격이 올라 아스팔트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정유사들이 벙커-C유의 국제가격 추이를 보고 아스팔트 가격을 결 정하기 때문에 인상시기가 비슷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