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의 건강수명이 저소득자보다 11세 이상 긴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포용복지와 건강정책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5분위) 인구의 기대수명은 85.1세, 건강수명은 72.2세였다. 반면 소득 하위 20%(1분위) 인구의 기대수명은 78.6세, 건강수명은 60.9세에 불과했다. 건강수명 격차는 11.3세에 달했다.
이는 2010~201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2008~201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기대수명은 당해(0세)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의 평균값이고,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의미한다. 시·도별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가장 긴 지역과 짧은 지역 간 격차는 각각 2.6세, 5.3세였다.
보고서는 “이렇게 사망 수준에 격차를 낳는 요인들 중에서는 회피 가능한 요인 혹은 예방 가능한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고 설명했다. 회피나 예방이 가능한 요인으로 인한 사망은 ‘회피 가능 사망’으로 불린다. 이는 ‘현재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고려할 때 양질의 예방적·치료적 보건의료서비스를 통해 피할 수 있는 사망’을 의미한다. 전국 시·군·구의 박탈지수(deprivation index)를 산출해 4개 집단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회피 가능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절대격차와 상대격차를 불문하고 뚜렷한 불평등이 확인됐다.
일례로 2017년 국민건강통계자료에 따라 소득 상위 20%와 소득 하위 20%를 비교했을 때, 양측의 현재 흡연율은 각각 15.9%, 26.0%였고, 우울감 경험률은 각각 9.1%, 17.4%로 고소득층의 건강관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건강·신체·정신적 장애로 활동에 제한을 받는 인구 비율(활동 제한율)은 각각 3.3%, 9.6%, 당뇨병 유병률은 8.5%, 14.5%였다.
이런 격차는 자살 사망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015년 학력에 따른 연령표준화 자살 사망률을 보면, 65세 미만 남성 인구에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들은 10만 명당 24.5명이 자살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는 10만 명당 166.7명이 자살했다. 65세 미만 여성 인구에서도 두 집단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12.0명, 97.0명으로 차이가 컸다.
보고서를 쓴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다양한 건강 결과와 건강 행동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뚜렷이 관찰되는데 이는 의료보장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통해 의료에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료급여 수급자 선정의 까다로운 기준, 노동시장 불평등, 주거 불안정, 전통적 가족 해체로 인한 건강보험 장기 체납 문제 등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표방한 ‘포용적 복지국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다루고 사회적 보호와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