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 순매수 규모가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 말 코스피가 1960선까지 하락했을 때부터 기관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9월 ‘미니 반등장’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 순매수 규모는 2조24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2월(4조8292억 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 수치다. 기관은 7월에 7248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지만 8월에 2조2023억 원가량을 순매수하면서 ‘사자’ 기조로 돌아섰다.
기관이 지난달 많이 사들인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6401억 원), SK하이닉스(2290억 원), 현대차(1598억 원), 셀트리온(1387억 원), 신한지주(1279억 원), 삼성전기(987억 원), SK텔레콤(966억 원), SK(951억 원), 아모레퍼시픽(943억 원), 휠라코리아(924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권 대형주에 쏠려있었다.
기관의 코스피 주식 매수에는 연기금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연기금은 8월에 2조4908억 원, 9월에 2조5556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팔자’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경우 8월과 9월에 각각 2조2933억 원, 851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같은 기간 동안 2271억 원, 1조595억 원어치를 팔았다.
결국 8월 말 코스피가 1,967.79까지 떨어졌을 때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고 9월의 반등 장세를 이끈 힘은 기관 매수세인 셈이다.
연기금 등 기관은 과거에도 국내증시가 크게 떨어질 때 매수 주체로 나서 ‘구원 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코스피가 한 달간 13.37% 폭락한 지난해 10월에는 1조78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지수 2000선을 위협받은 지난해 12월에는 1조1752억 원가량을 사들였다.
기관 매수세는 일단 10월에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37포인트(0.45%) 오른 2072.42에 거래를 마치며 2,070선을 회복했다. 기금은 912억 원, 금융투자업계는 1483억 원어치를 각각 사들였다.
다만 기관의 '사자' 행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코스피 강세의 한 축은 기관, 그중에서도 연기금의 대규모 순매수였지만 기관의 매수 강도는 앞으로 더 강해지기보다 조만간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의 코스피,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순매수 강도는 금융위기 이후 고점권에 근접했다”며 “코스피 2100선 근처에서 추가 매수보다는 중립 혹은 일부 차익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