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9조2000억 원의 예산을 일자리 사업에 쏟아부었지만 헛돈으로 줄줄 샌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중복되거나 유사하고, 민간 일자리로 연계되지 못해 성과가 크게 저조했다. 고용노동부가 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에서 나온 분석이다.
특히 저소득층·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에는 3조1961억 원이 투입돼 81만400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 중 노인이 69%(56만 명)를 차지했다. 취업자 통계에서 경제활동의 중추인 30∼40대가 계속 줄고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만 급증한 것이 그 결과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 대부분이 노인들의 용돈벌이에 그친 것이다. 또 직접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인원의 민간부문 취업률은 16.8%에 불과했다.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정부가 만든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벗어나 민간 일자리로 옮겨가지 못하고 다시 실직자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유사·중복 사업도 즐비하다. 중앙정부 일자리 사업만 20개의 모든 부처와 기관에 걸쳐 180여 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업 또한 4000개가 넘을 정도로 중구난방이다. 이름만 달리한 채 내용이 비슷하고 중복지원되는 사업은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만큼 난립한 상태다. 그런데도 지난해 실업자는 107만3000명, 실업률 3.8%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최근 25.1%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정부는 올해도 작년보다 3조7000억 원 늘어난 22조9000억 원의 예산을 일자리 사업에 투입한다. 그동안 성과가 부실한 사업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비슷하거나 겹치는 것은 폐지 또는 통폐합키로 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하는 일몰제도 도입한다. 신규 사업은 한시적으로 추진한 뒤 성과를 보아 존속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또다시 땜질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성과에 대한 단순한 양적 평가로 사업의 숫자만 줄이고 예산을 가감하는 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모든 사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 제대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는 일자리 정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그 돈을 실업자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게 낫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 혈세인 재정으로 아무리 공공 일자리를 늘려봤자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민간기업 일자리는 결국 국내 투자가 늘어나야 만들어지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의 벽부터 허무는 일이다. 답은 뻔히 나와 있는데 정부는 지름길을 돌아 자꾸 미봉책에 매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