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년...미국 세탁기 시장 판도는?

입력 2019-01-28 14:55 수정 2019-01-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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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등 미국업체, 가격 상승 따른 판매 감소로 더 큰 타격 받아…작년 세탁기 출하 3% 감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시행한 지 내달 7일(현지시간)로 1년을 맞는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월풀 등 미국 기업들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시행했던 세이프가드였지만 트럼프 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2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현지 업체들이 삼성전자, LG전자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최근 분석했다.

미국 세탁기 시장을 수십 년간 지배했던 월풀은 최근 수년간 삼성, LG 등 외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이프가드 발동을 요청했다. 월풀은 LG와 삼성이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세탁기를 수출하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에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풀의 제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1월 22일 세이프가드를 발표했고, 2월 7일 해당 조치가 정식 발효했다. 관세 발효 이후 월풀 주가는 폭등했다. 월풀은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2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업체들을 견제해 미국시장을 다시 장악하겠다는 월풀의 기대는 악몽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세탁기 판매가격 인상이다. 미국에서 2013년 이후 지난해 초 세이프가드 시행 전까지 세탁기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막대한 관세 부과로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꺾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월풀 등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비용도 늘어났다. 많은 미국 제조업체가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면서 삼성, LG 세탁기 가격을 올린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경제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는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제품을 덜 산다’는 것이고 이는 지난해 미국 세탁기 시장에 그대로 적용됐다. 미국 가전제조사협회(AHAM)에 따르면 2015~2017년 세탁기 출하는 연평균 5% 늘어났지만 지난해는 3% 감소했다.

미국 최대 건자재 유통업체 홈디포의 크레이그 매네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당시 “우리는 관세가 세탁기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디포 사업에서 세탁기 비중은 작다. 그러나 2017년 전체 매출에서 세탁기가 약 30% 비중을 차지했던 월풀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으며 이에 주가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월풀의 북미시장 세탁기 판매는 전년 동기 2.5% 감소했다. 당시 월풀은 철강 관세 영향으로 추가 비용이 3억 달러 발생했다고 밝혔다. 월풀의 최근 1년간 주가 하락폭은 약 33%에 달한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대미국 세탁기 수출이 총 1억7800만 달러(약 1986억 원)로, 전년보다 44.2% 급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는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오히려 미국시장에서의 지위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19%와 18% 점유율로 1,2위를 차지했으며 양사의 총 점유율은 전년보다 1%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월풀 점유율은 15%로, 오히려 1%포인트 하락했다.

NYT는 올해는 세이프가드 관세율이 작년보다 2%포인트 떨어진 18%로 적용돼 기업과 소비자들이 받는 압력이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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