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결정 수단인 통화정책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준(Fed)이 올 들어서도 벌써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12월에도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라면 한국은행과의 기준금리 역전폭은 1%포인트로 벌어진다. 이 경우 높은 이자를 쫓는 돈의 속성상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도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하면 금융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 부진과 함께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났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금리인상 실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7명의 현인(賢人) 중 한명으로 활동했던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통화정책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4년간 금통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로 우선 통화정책에 대해 잘못 이해하거나 막상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놀랐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또 정책결정자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실제적 운용 원칙과 원리에 대해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히고 있다. 정책 판단과 결정이야말로 통화정책론이나 중앙은행론의 핵심이며 통화정책이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다고 하는 주장도 이 때문에서다. 이밖에도 금통위원으로 고민했던 한국 경제 문제나 통화·금융정책 문제 등을 공유하고, 정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편 그는 단기금리를 정하는 것보다는 장기금리를 포함한 수익률곡선을 관리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본래 목적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은 통화정책은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이라는 초단기 금리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장기금리까지 영향을 미치게끔 하는 것이라는 통념을 깬 것이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생산하고 얻는 대부분의 자료는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은 결국 국민이며, 투명성은 국민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이해하고 지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치와 경제는 독립돼야 하나 독립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이 둘을 조화시키는 것이 정책이라고 말한다. 또 정책에는 개입의 원리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책 판단과 결정에 있어 저자가 저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되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것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의미한다면 한국은행은 이미 충분히 독립적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판단과 결정에서 고민하는 저자를 이끌어준 라인홀트니버(R. Niebuhr)라는 신학자가 쓴 ‘평온을 비는 기도’ 중 한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내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마음,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최근 국감에서 한은 독립성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정책결정자들이 지금 새겨들어야 할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