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공세로 증시가 급락하는 ‘블랙데이’가 연일 계속되면서 1달 새 시가총액 262조 원이 사라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보수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미국 증시가 반등했지만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나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15포인트 내린 2027.15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월 2일 2026.16 이후 최저치다.
장중에는 2008.72까지 떨어지며 2000선까지 위태로운 상황을 나타냈다. 장중 저점은 2016년 12월 8일 2007.57 이후 22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이날까지 종가 기준 315.92포인트(13.48%) 떨어졌다. 코스닥도 159.20포인트(19.36%)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약 210조 원, 코스닥은 약 52조 원 각각 줄어들었다.
이달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3조7918억 원, 코스닥에서 7109억 원 등 총 4조502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며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2조7259억 원, 기관은 1조5407억 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해 대응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아마존 등 기술주의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자 실망감이 커져 기술주들이 시간외 거래에서는 급락했다”면서 “이에 국내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파악했다.
이어 “아직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저점을 예측하기보다는 바닥을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먼저”라고 전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미국 기업의 실적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위안화의 절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금은 매도해도 실익이 없는 구간”이라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더 확대하겠지만 지나치게 비관하기보다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