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은 17일 한국신용평가에서 기업신용등급 ‘A-’ 등급을 받았다. 총자산 기준 업계 1위의 시장 지위 보유,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의 지속적 개선, 기업·개인금융 포트폴리오의 균형 유지, 글로벌 금융그룹인 SBI그룹이 유사시 지원 가능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하루 전에는 한화저축은행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 등급을 받았다. 같은 날 JT저축은행도 ‘BBB-’ 등급을 얻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OSB저축은행만 신용등급을 갖고 있었던 것이 올 하반기에만 17곳이 추가로 신용등급을 획득한 것이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하반기 잇따라 신용등급을 획득하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상품에 저축은행들의 예금과 적금을 포함했다. 저축은행도 17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단 금융당국은 신용등급 ‘BBB-’ 이상인 저축은행에게만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신용등급 평가를 신청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대와 회의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저축은행이 은행 예·적금 등 기존 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저축은행의 정기 예·적금 평균 금리는 현재 1년 만기 상품이 2% 중후반대다. 저축은행이 자산에 편입할 수 있는 한도를 원리금 5000만 원으로 정해뒀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퇴직연금 시장 자체의 매력이 없으며,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퇴직연금 생태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에 그쳤다. 가입자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과 금융사의 수익률 제고 노력 미흡 등 때문이다. 더구나 안정 지향적인 투자가 중점인 퇴직연금 시장에서 과거 부실사태 등 저축은행 업계에 대한 고객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