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옥상옥은 대통령이면 충분하다

입력 2018-09-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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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얼마 전 포용국가 전략회의 사전브리핑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기자실을 찾았다. 출입기자들에게 회의에서 발표될 내용에 복지 정책들이 많이 포함돼 있으니 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였다. 출입기자들은 정책자료집을 기다렸으나 회의 당일에도 자료집을 받을 수 없었다. 회의 주체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복지부에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서였다.

담당 정책과 관련된 자료조차 제대로 요청하지 못하는 게 장관급 부처인 복지부의 현주소다. 10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이 나올 예정이지만, 여기에서도 복지부보다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 다른 부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고용노동부는 현 정부에서 일자리위원회라는 새로운 상왕(上王)을 맞았다. 정책 주도권을 가진 부처는 그나마 국토교통부 정도다.

정부 내에서 갑 중의 갑으로 꼽히는 기재부의 위상도 말이 아니다.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건 김동연 부총리가 아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고집이고, 기재부가 기껏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예산안을 편성하면 여당이 숟가락을 올려 생색을 낸다. 흔히 정부부처 간 권력 관계는 ‘누가 정책을 발표하느냐’로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기재부는 힘이 없다. 당정 협의 브리핑이 과거 정책의 큰 방향이나 주요 대책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요즘엔 정책 발표 그 자체다.

정부에서 옥상옥(屋上屋)은 대통령이면 충분하다. 온갖 자문기구와 여당 실세들이 옥상옥을 자처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고, 공무원들의 사기만 떨어진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는 이어진다. 각 부처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줄 필요까진 없겠지만, 고유 역할만큼은 지켜줘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열심히 뛰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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