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스튜어드십코드 2% 부족한 이유

입력 2018-08-30 10:32 수정 2018-08-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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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자본시장부 차장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지난달 30일 스튜어드십 코드(국민연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을 의결했다. 2014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시행된 셈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투자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큰손’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 제고, 경영 투명성 확보 등 기업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 6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주무르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3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 5% 이상 보유 국내 기업도 299개에 달한다. 하지만 보다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된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년간의 고심 끝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우려 사항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칠까.

궁금증 ① 스튜어드십 코드가 뭐길래? =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인을 대신해 집안의 자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와 같이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이들의 주주활동을 지원하는 의결권 자문기관, 투자자문사 등 원칙에 대한 참여를 공표한 기관만 포함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작은 8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영국은 사태의 원인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보고,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는 독일,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20개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은 46개사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가세하면서 더욱 본격화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7월 30일자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이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최종안을 심의·의결했다.

궁금증 ② 여전히 ‘2%’ 부족?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우선 기업들의 자율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연금처럼 6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자산을 주무르며, 대기업들의 지분을 10%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입지다. 게다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연금을 통해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독립행정법인으로 정부와 분리돼 있는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 GPIF,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율적’ 규범으로 규정짓고 있는 미국, 영국 등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 중 ‘경영 참여 및 주주권 행사’ 지침이 빠져 생각보다 통제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에는 △이사 선임·해임 △감사 추천 △정관 변경 등이 배제돼 있으며,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경영권 행사는 이사 추천 및 해임, 최고경영자(CEO) 해임 추진 등인데, 국내 재벌그룹 특성상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다소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궁금증 ③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영향은? =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칠까. 우선 경영참여가 아니더라도 공개서한 이후 주주제안권 행사, 임시주총 소집 요구 등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질 수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결됐던 주주총회 안건들도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시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검토 중인 ‘5% 룰’ 완화 적용이 현실화할 경우에도 공적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5%룰이란, 주권상장법인의 지분 5% 이상 보유 시 그날로부터 5일 이내 보유 상황과 목적 등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하는 제도다. 1% 이상 변동 시에도 변동된 날로부터 5일 이내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주식을 가진 국내 기업은 모두 276곳에 달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5%룰 적용 완화 시 공시 부담을 덜 수 있어 공적연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공적연기금에만 적용되는 점에서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궁금증 ④ 제도 도입 수혜주는? =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년간 지속적인 흑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현대미포조선, 대한해운, 후성, 덕산네오룩스, 원익머트리얼즈, AJ렌터카, 대양전기공업, 팬오션, 제이콘텐트리, 원익QnC, NHN엔터테인먼트, JYP Ent.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 중 최근 3년 연속 배당성향 10% 이하인 종목도 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증권에 따르면 이 조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대림산업, 신세계,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NAVER, 사조산업, 태영건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송원산업, 경동나비엔, 화승인더, 영원무역홀딩스, 이오테크닉스, 넷마블 등이다. 삼성증권도 현대그린푸드, 한진칼, 현대미포조선, 롯데정밀화학, 현대중공업, DB하이텍, S&T모티브, HDC아이콘트롤스, 현대건설, 현대홈쇼핑 등이 상위 수혜주라고 분석했다.

궁금증 ⑤ 개선 방향은? =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정착하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하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 우선 독립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탁자책임 전문위를 국민연금 외부에 별도로 신설하고, 기금운용본부장을 국민연금 이사장과 인사적으로 분리해 선임 시 국회 동의를 얻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스튜어드십과 관련된 연구가 국내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과 자문 기관 신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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