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하락했다. 글로벌 무역분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한데다 한국은행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불씨도 살아났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정책여력 확보차원에서의 금리인상을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그간 롱(달러매수) 포지션을 구축했던 세력들이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 정리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환율을 움직이는 키는 여전히 역외 달러·위안화(CNH) 환율이라고 평가했다. 오늘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시장 컨센서스 대로 호조를 보일 경우 원·달러는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환율이 주요 이동평균선 부근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주 31일부터 시작되는 미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내주말 발표될 고용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123.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24.8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오후장에 1115.4원까지 떨어져 장중 변동폭은 9.4원에 달했다. 이는 6월15일 장중 변동폭 10.5원 이래 가장 큰 폭이다.
역외환율은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3.7/1124.3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5.3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환율에 가장 큰 열쇠는 CNH 환율이다. 미중간 중유럽간 무역분쟁이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원·달러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했다. 그간 달러 과매수 포지션이었다는 점에서 주말을 앞두고 대거 물량정리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30원 내지 1135원이 레벨 상단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과 유럽간, 미중간 무역분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가운데 미국 GDP가 호조를 보일 경우 리스크선호 심리가 커질 수 있겠다. 원·달러도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가 완화되고 있다. 다만 경계감도 여전한 모습”이라면서도 “한은 금리인상 기대감도 영향을 미치면서 원·달러가 장중 하락반전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원·달러가 아직 이평선에서 등락하는 중이다. 추세 전환했다기 보다는 방향성을 탐색하는 느낌”이라면서 “다음주 미 FOMC와 고용지표를 봐야 지금의 하락세가 일시적 조정인지 추세전환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후 4시30분 현재 달러·엔은 0.08엔(0.07%) 떨어진 110.97엔을, 유로·달러는 0.0004달ㄹ러(0.03%) 하락한 1.1654달러를 기록 중이다. 역외 달러·위안(CNH)은 6.8022위안과 6.8181 위안 사이에서 호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