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권사 32곳에서 발표한 분석보고서는 8347개로 집계됐다. 키움증권, DB금융투자 2곳에서만 총 5건의 ‘매도’ 의견을 내면서, 매도 보고서의 비중은 0.06%에 불과했다.
올 들어 가장 먼저 ‘매도’ 의견을 낸 곳은 DB금융투자다. DB금융투자는 1월 OCI에 대해 주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매도 의견을 냈다. 이어 4월에는 키움증권이 LG디스플레이가 1분기에 영업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와는 반대로 외국계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증권사 15곳 모두가 올 들어 매도 보고서를 내놨다. 해외 증권사 중 가장 매도 보고서 비중이 높았던 곳은 CLSA로 30.6%에 달했다. 이어 △메릴린치(24.5%) △모간스탠리(17.3%) △CGS CIMB(16.9%) △UBS(15.1%) △크레디트스위스증권(13.0%) △골드만삭스(12.0%) △맥쿼리증권(11.5%)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 눈치를 보며 ‘매수’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작성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 증권사들도 기업들의 압박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놓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2015년 5월 말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가 시행됐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바꿔야 할 부분도 분명 있지만, 매도 의견을 내거나 목표주가를 낮추는 일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기업들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면서 “이 같은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