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CNBC는 유럽의 지도자들이 이란 핵협정 유지를 위한 작전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란 핵협정 파기를 선언했지만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 핵협정 참여국은 이란 핵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피해를 보면 유럽연합(EU)이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관계자는 “유럽투자은행(EIB)의 이란 프로젝트를 보장하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미국의 제재를 보상하는 유럽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몇 달 안에 이란이 핵협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3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 핵협정 유지를 위한 7개 조항을 제시하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요구한 항목에는 이란산 원유 구매 보장과 탄도미사일 문제 개입 중단 등이 포함됐다. 이란은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러시아를 차례로 만나며 핵협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벤험 벤 테일블루 이란 전문 연구원은 “유럽이 이란을 대신해 미국과 치킨게임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내놓은 조치는 유럽이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편이 아니라는 분명한 신호”라며 “미국은 이란 제재 유예기간이 끝나는 11월 전에 유럽의 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치킨게임을 초래했다는 시각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다자간 제재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방법은 미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따르도록 강요한 것이었다. 존 포러 대서양위원회 국제경제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2차 제재에 의지하는 상황은 다자간 제재에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지향점이 다르다”며 “유럽과 미국의 균열이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무역 전문 선임고문은 “유럽과 미국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외교 위기를 초래해왔다”며 “만약 EU가 이란 핵협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위기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이어 “트럼프의 단독 접근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