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기술금융 심사 시 평가하는 내용에 기술력과 직결된 항목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모형 자체가 기술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막무가내식 대출승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 11월20일자 1면 참조>
5일 한 시중은행의 기술평가모델을 입수 및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술금융 평가항목 8개(중항목) 가운데 단 2개 항목(기술개발역량·기술우위성)만 기술과 직결된 항목이었다. 이들 2개 항목(23점)이 전체 평가배점(100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불과했다.
평가항목은 ‘사업역량’과‘기술경쟁력’이라는 2개의 대항목 아래에 중항목 8개, 소항목 30개가 펼쳐져 있다.
실질적인 평가 구분선인 중항목을 기준으로 보면 대항목 ‘사업역량’에는 경영주 역량, 경영진 관리 능력, 기술개발 역량, 제품화 역량, 영업 역량 등 5개 중항목이 포함된다. 대항목 ‘기술경쟁력’아래에는 기술우위성, 시장현황, 시장경쟁력 등 3개 중항목이 있다.
문제는 이들 중항목 중에서 기술개발 역량과 기술 우위성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항목은 기술과 무관하거나 사전에 이뤄진 신용평가에서 이미 반영된 내용이라는 점이다.
기술평가는 이미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평가를 받은 사업체를 대상으로 기술등급(T1~T10)을 매긴다. 기 신용등급에 기술등급을 합쳐 최종 기술신용등급을 매겨 대출이 나간다. 예컨대 중항목 ‘제품화 역량’에선 평가 기업의 생산시설과 인력 수준, 투자와 자금조달 능력을 따지는데 이는 기술과 무관함은 물론 이미 신평사들이 신용평가할 때 심사하는 부분이다. 나머지 경영주·경영진 능력, 영업 역량 등 중항목들도 마찬가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평가기업 신뢰를 보기위해 경영주·경영진 역량을 평가하고, 시장 경쟁구조나 제품생산 능력 등도 신용평가 시 모두 반영한다”고 말했다. 기술력의 핵심 잣대인 지식재산권(특허·실용신안·디자인권 등) 보유 현황을 배점에 반영 안 하는 것도 문제다. 평가는 하지만 점수에는 반영이 안 된다. 기술등급(T1~T10)은 평가 점수가 높아야 높은 등급이 나오고 대출 한도도 늘어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평가 이외 영업역량, 제품화 역량 등도 기술과 무관하거나 신용평가 중복이 아닌, 기술과 관련지어서 평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