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아차 판결에… 통상임금 소송기업 무더기 하락

입력 2017-08-31 17:52 수정 2017-09-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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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자,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상장사들의 주가가 무더기로 뒷걸음질쳤다.

3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기아차는 전 거래일 대비 3.54% 떨어진 3만5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던 주가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오전 10시를 전후로 전일 대비 4.08%까지 고꾸라졌다.

이번 판결로 기아차는 당장 대규모 충당금(회계상 손실예상비용)을 설정해야 한다. 법원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도록 명령한 금액은 4224억 원이지만, 이번 판결이 2008년 8월부터 2011년 11월까지의 3년치 소송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2014년 10월의 소송과 올해까지 이자 등을 고려하면 기아차는 3분기 1조 원 수준의 관련 충당금을 설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판결의 여파는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게 즉각 전달됐다. 현대차가 1.75% 하락한 것을 비롯해 △현대위아(-2.10%) △만도(-2.84%) △삼성중공업(-2.28%) △쌍용차(-2.47%) △두산엔진(-1.18%) △현대제철(-1.54%) △현대미포조선(-3.35%) △우리은행(-0.80%) 등이 일제히 하락한 것. 이들 기업은 모두 기아차 판결이 나온 오전 10시를 전후로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낙폭을 키웠다.

이번 기아차 재판에서 법원이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앞으로 다른 기업들의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에서만 현재 35개사가 99건의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100인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올 8월 기준 115개사가 통상임금 소송에 걸려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아차의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통상임금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다. 이날 법원이 선고한 지급금액은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 원의 38.7%에 해당하는데, 당초 최대 3조 원으로 추정됐던 부담액이 1조 원대에 그치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조 원대의 충당금은 큰 규모의 금액이지만, 기아차의 2분기 말 순현금이 약 9930억 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또한 항소 등이 진행될 것임을 감안할 때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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