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 야성적 충동)’에 취했다. 애니멀 스피릿은 가만히 있기보다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충동을 뜻하는 경제이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워싱턴 정계는 혼란을 겪는 와중에 증시의 대표지수인 다우가 사상 처음 2만2000선을 뚫는 등 시장은 낙관론으로 가득 차 있다고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32포인트(0.24%) 상승한 2만2016.24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다우는 사상 처음 2만2000선을 돌파했다. 다우지수는 올해만 11% 상승했다.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안,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괘념치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장이 승승장구한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전날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우지수가 2만2000을 넘을 수 있다”며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1만8000선이었다”고 썼다. 또 “주류 언론들은 이 사실을 대체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집권하고 나서 시장이 열기를 띈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애니멀 스피릿이 발휘됐다고 분석했다. 규제 완화, 세제 개혁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기보다 동물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델텍인터내셔널그룹의 아툴 렐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정부를 향한 호오를 떠나 애니멀 스피릿이 강력하다는 사실은 과장이 아니다”라며 “이는 시장에서 지수가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화 약세도 증시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올해 약 11% 상승했으나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약 10% 떨어졌다. 루톨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가치 하락이 그 어떤 뉴스보다 다우 지수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약세는 다우지수의 2만2000선 돌파를 앞으로도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렐레 CIO도 “달러화 약세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우지수는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을 표본으로 한다. S&P500지수나 나스닥지수보다 다우지수에 다국적 기업이 많이 속해 있다. 캐터필러, 보잉, 코카콜라 등이 대표적인데 이 기업들은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 진출해 있다. 달러화 약세가 이들에게 호재로 작용해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훈풍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이티브플래닝의 피터 말로크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좋고, 법인세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가장 중요한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