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보수, 진보 이념 대결이 불안한 이유

입력 2017-05-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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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이 끝났다. 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진 점은 구태(舊態) 정치의 상징과 같았던 지역주의 구도가 약화되고 세대 대결, 이념 대결 구도가 강화된 부분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로 선을 긋던 지긋한 이분법 논리에서 해방된 듯해 일견 반가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금세 새로운 불안감도 들게 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정치적인 이념 진영 간의 대결 구도는 지역주의 구도만큼 불안하다.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은 보수, 젊은 사람은 진보라는 세대 간 대결보다 특히 정치권의 보수, 진보 진영이 가진 고약한 딜레마 때문에 그렇다.

보수가 지닌 딜레마는 초(超)엘리트주의이다. 국력과 경제 기반이 약했던 시절부터 기득권화해 온 때문인지 보수정당은 금수저 출신이든, 흙수저 출신이든 출세한 엘리트들의 권력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요즘처럼 국민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막말이나 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각각이 엘리트이면서도 뭉쳐야 산다는 생존 본능이 강해 힘센 패권에 편승하는가 하면, 한데 모이면 똑똑한 사람들이 왜 저럴까 싶은 행태도 보인다.

진보가 지닌 딜레마는 자기 우월감(優越感), 특히 도덕적인 우월감에 빠져 있는 점이다. 자신들은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것처럼 상대를 악인으로 몰기도 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다르면 반감도 크다. 그래서 혼자 잘났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그들 간에도 이러한 딜레마로 인해 잘 뭉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권에서 이러한 딜레마로 인해 비롯되는 갈등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보수와 진보 간의 싸움을 관찰해 보면 서로를 ‘좋음과 싫음’, ‘좋음과 나쁨’, 급기야 ‘선과 악’으로 나누고 싸운다. 단순히 내가 더 좋고 잘났다는 수준이 아닌 상대에 대한 싫음과 멸시마저 서슴지 않으면서 분열을 초래한다.

그런데 국민들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우리도 보수와 진보 정치권의 비합리적인 사고 논리를 학습하고 비슷하게 흉내 내고 있지는 않는지. 다른 쪽에 싫다고 말하는 것도, 싫어서 이쪽을 선택하는 것도 사회 분열과 양극화의 요인일지 모른다. 이제 국민들도 정치권의 이념 대결을 바르게 바라봐야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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