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근로자의 높은 교육 수준과 자동화에 대한 선행투자 등이 이유인데,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와 상반된 주장이라 주목된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등은 8일 ‘4차 산업혁명의 고용 효과’ 보고서에서 OECD 보고서 등을 분석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국 노동시장을 전망했다.
OECD가 21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확률이 70% 이상인 직업의 비중은 평균 9%로 나타났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10% 이상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의 비중이 6%로 연구대상국 중 가장 낮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국가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스위스 금융그룹인 USB가 139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25위에 머물렀다. 미국(5위), 일본(12위), 독일(13위)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16위),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확률이 낮은 이유로 작업장의 조직이나 자동화에 대한 선행투자, 근로자의 높은 교육수준 등이 향후 자동화 확률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근로자 1만 명당 제조업의 로봇 도입 수는 한국이 531대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영국(71대), 오스트레일리아(86대), 스위스(119대) 등 주요 선진국은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자동화가 많이 진행된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의 악영향을 받을 여지가 낮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기술 변화는 항상 신기술과 보완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자리 파괴 효과를 완화해 왔으며, 일자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TM의 도입에도 은행 창구직원은 늘어났는데 이는 점포 수가 늘어나고 서비스의 질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직업으로 기본 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임금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신기술 관련 직무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교육훈련 제도를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