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이 ‘모뉴엘 사태’로 입은 피해액 223억 원을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17일 기업은행이 무보를 상대로 낸 수출신용보증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무보에 청구한 8453만 달러(약 968억 원) 중 1954만 달러(약 223억 원)를 받는다.
재판부는 기업은행과 무보가 2010년 4월 모뉴엘에 대해 맺은 ‘수출신용보증(선적 후)’만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봤다. 수출신용보증은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중견기업을 위한 연대보증제도다. 은행이 무보의 보증서를 담보로 환어음이나 선적서류를 사들여 수출자에게 대출해준다. 만약 만기일에 수입자한테서 돈을 못 받을 경우 수출자가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을 무보가 대신 지급한다. 기업은행은 2010년 4월 무보와 모뉴엘에 대해 수출신용보증 계약을 맺었다.
재판부는 수출신용보증의 경우 수출거래가 허위로 드러나도 보험계약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보험 약관상 ‘수출’이 실제 수출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고, 은행이 수출채권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신용보증사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청구 금액의 80% 가까이 되는 단기수출보험(EFF)금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 사건을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보험약관상 신용위험으로 인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자가 수출자로부터 비상환조건으로 수출채권을 매입한 뒤 수입자가 수출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수입업체는 모뉴엘이나 기업은행 측에 수출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보험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모뉴엘은 거래실적을 꾸며 해외수입업체에 대한 수출채권을 은행 측에 팔았다.
현재 EFF 관련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법원은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낸 소송에서 은행 손을 들어줬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수출’이 실제 수출을 의미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은행의 수출서류 심사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협 사건을 심리한 이 법원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보험계약적용 대상에 허위 수출거래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보의 손을 들어줬다.
전자제품업체 모뉴엘은 2014년 해외 수입업체와 함께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받아 하나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국민은행, 수협 등 금융기관 10곳에서 거액을 대출받았다. 은행들은 모뉴엘의 수출 실적이 가짜로 드러나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자 무보에 EFF 보험금을 청구했다. 무보 측이 ‘수출업체의 사기 대출은 지급 사유가 안 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하나ㆍ농협은행 등 6곳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