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보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패밀리카를 고르는 기준은 어느 정도 ‘묵시적인’ 합의 같은 것이 있다. 가족들이 탈 차이니까 실내가 넉넉해야 하며, 승차감은 부드러운 쪽이고, 트렁크도 넉넉한 편이면 좋겠고 조용하면 더 좋겠다…. 뭐 대략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다보면 덩치만 커지고 가격도 훌쩍 올라가게 마련이다.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데 소형차가 성에 찰리가 없고 통통거리는 승차감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면 어느새 대형차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럴 때 눈을 돌려볼 만한 차가 볼보 V50이다. 볼보의 라인업에서는 소형 급에 속하지만, 차체는 아반떼와 비슷한 준중형차 급이다. 한때 국내에서 외면 받다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왜건 형태라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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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등장한 신형은 앞뒤 램프디자인에 메스를 가해 더욱 예뻐졌다. 앞으로 나올 XC60의 디자인에서 벤치마킹한 듯 매끄러운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실내에서는 베이비 시트를 달지 않아도 어린아이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부스터 쿠션’이 돋보인다. 이 장비는 뒷좌석 쿠션을 접어 키 작은 어린이가 안전벨트를 매도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안전 제일주의’의 볼보 철학을 읽을 수 있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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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50은 2.4ℓ 170마력 엔진을 얹었다. 엔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어 구형의 것을 손보지 않고 그대로 얹었고, 트랜스미션은 볼보만의 기어트로닉 자동 5단을 달았다. 이 차는 겉모습에서 느껴지듯이 질주를 위한 차는 아니다. 짐 공간이 넉넉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 다니기에 딱 좋은 차다. 그래서 주행성능도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춘 느낌이다. 지나치게 힘이 넘치지도 않지만 짐을 싣고 가족 모두 타도 헐떡거리지 않도록 적당한 힘을 갖췄다.
그러나 달리면서 170마력의 파워를 온전히 다 쏟아내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조금 아쉽다. 예나 지금이나 뻑뻑한 볼보의 자동 기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속 페달에 힘을 주었을 때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듯한 기분이 못내 아쉽다.
게다가 덩치가 크지 않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썩 훌륭한 편은 아니다. 공인 연비는 10.3km/ℓ인데, 실제로는 이 수치의 70~75% 수준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계기판의 트립 컴퓨터에 표시되는 연비는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해서 신뢰도가 떨어진다. 계기판에는 현재의 연료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표시되는데, 이 수치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할 때 너무 자주 오르락내리락해 불안감을 준다. 그래서 차라리 안 보고 운전하는 게 속편하다. S60이나 S80에 얹었던 D5 디젤 엔진을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V50의 짐 공간은 이 정도 덩치로는 훌륭한 편이다. 차체가 높은 SUV에 타면 멀미나는 분들이라면 V50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이번에 추가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장비는 양쪽 사이드 미러에 달린 소형 카메라가 주행 시 양쪽 사각지대에 차량 및 오토바이 등의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차량내부의 알람 램프를 통해 그 존재를 알려주는 첨단 안전 시스템이다. 사각지대 때문에 운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장비다. 실제 주행 중에도 이 장비는 많은 도움이 됐다. 간혹 아무 것도 없는데 오작동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안전성을 높여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V50은 그리 큰 부담을 갖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 중 하나다. 3800만원대 가격으로 이 정도의 안전성과 다양한 공간활용을 누릴 수 있는 차는 많지 않다. 여행을 즐기는 이라면 꼭 한번 만나보길 권한다.
볼보 V50
레이아웃-----앞 엔진, 앞바퀴굴림/5도어, 5인승 왜건
엔진, 기어-----직렬 5기통 2.4ℓ 170마력/23.4kg ․ m 자동 5단
길이×너비×높이----4514×1770×1452mm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앞, 뒤----- 모두 205/50R16
연비, 가격---------10.3km/ℓ, 3804만원
BEST-------------- 다양한 공간 활용과 든든한 안전 장비
WORST------------- 가속 반응은 조금 늦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