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기획한 혐의의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에 구속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밝히는 다음 단계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게 됐지만, 직권남용은 뇌물죄보다 형량이 가벼워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청구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지시 등 관여 사실이 밝혀지면 같은 혐의로 처벌하는 게 가능해진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전 실장이나 조 장관이 대통령 관여 사실을 진술하더라도 재판 결과에 따라 벌금만 내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반면 이재용(49)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뇌물수수 혐의는 상황이 다르다. 뇌물죄 역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되지만, 금액이 1억 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벌금형 선고도 징역형과 함께 선고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액은 400억 원이 넘는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단건으로 끝나지만, 뇌물죄의 경우 삼성 외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들 사례가 줄줄이 범죄혐의에 포함될 수 있다.
구속영장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