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악재… 수익률·변동성·거래량 모두 부진 = 27일 한국거래소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연초 대비 4.1%를 기록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주요 17개국 증시 중 11위로 중하위권 성적이다.
월간 수익률 변동성은 1.87에 그쳐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 신흥국 증시로 분류되는 중국(8.45), 브라질(8.38), 러시아(5.09), 인도(4.94)에 크게 뒤처진 수치다. 그만큼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중 2100선 돌파도 실패했다. 연중 최고점은 지난 9월7일 기록한 2073.89다. 지난해 연중 최고점(2189.54)에 비하면 10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최저점은 1817.97(2월12일)이었다.
이는 주요 증권사들이 발표한 지수 등락 범위(밴드)와 크게 엇갈리는 결과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10개 주요 증권사의 코스피 밴드를 집계했을 때 하단은 1700, 상단은 2350, 평균은 1890~2240이었다.
이 같은 증시 부진은 올해 내내 이어진 대내외적 변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6년 한국 증시는 펀더멘탈 지표 회복과 연이은 돌발 악재가 1년 내내 충돌했던 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자 코스피는 1900선이 무너졌고 7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를 결정하면서 화장품·엔터테인먼트주가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연말 랠리를 기대하던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 지난 8월1일부터 시행된 거래시간 30분 연장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연간 코스피 누적 거래량은 904억1284만주, 거래대금은 1097조93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8%, 15.8% 감소한 수준이다.
◇ 상장사 불황형 흑자…삼성전자만 ‘씽씽’ = 지루한 코스피만큼이나 상장사들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코스피 12월 결산법인 511개사의 2016사업연도 연결기준 3분기 동안(1~9월)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49%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6%, 10.7% 증가했다. 개별(별도) 재무제표기준으로도 3분기 동안 상장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1.38% 늘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경쟁 심화로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가·원자재 가격 하락과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늘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180만 원 고지를 돌파하며 나홀로 질주했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중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120만원대 초반에서 출발한 주가는 지난 21일 장중 183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178만2000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올해 수익률은 47.8%에 달했다. 시가총액은 250조6905억 원으로 연초(177조4957억 원) 대비 약 73조 원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200만 원을 돌파할 때가 머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강세 등 업황 호조에 힘입어 4분기(10~12월) 8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편,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절차에 들어가면서 ‘동전주’로 전락했다. 지난 23일 372원을 기록한 주가는 연초 대비 88.77% 빠졌다. ‘늑장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55.91%)도 제약·바이오주의 부진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