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6. 신혜왕후(神惠王后)

입력 2016-12-08 18:00 수정 2016-1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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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과의 인연, 그 뒤 20년…고려 건국의 동반자로 나서다

신혜왕후 유씨(생몰년 미상)는 태조의 제1비로 정주(貞州: 황해도 개풍군) 출신이며 삼중대광(三重大匡) 유천궁(柳天弓)의 딸이다. 유천궁은 고을 사람들이 ‘장자(長者)’라고 불렀다는 데서 큰 부자였음을 알 수 있다. 해상 활동을 통해 세력을 키운 호족으로 보인다. 정주는 개성과 가까울 뿐 아니라 예성강과 서해를 통해 교역에 유리한 지역이었다.

태조가 20대 때 궁예 휘하의 장군으로 정주를 지날 때 신혜왕후를 길에서 처음 만났다. 태조는 왕후의 얼굴이 덕성스러움을 보고는 누구의 딸인지 묻고, 그날 유천궁의 집에서 묵었다. 유천궁은 딸에게 태조를 모시고 자게 하였다. 태조는 며칠 뒤 정주를 떠나 금성군(나주)을 비롯한 10여 개 군현을 쳐서 점령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고, 이로써 ‘파진찬 겸 시중’이라는 태봉 최고의 관직에 임명되었다.

한편 왕후는 왕건이 떠난 뒤 그에 대한 정절을 지키고자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왕건은 그녀를 불러 아내로 삼았다.

918년 6월 14일 홍유, 배현경, 신숭겸, 복지겸 등이 태조의 집으로 와서 궁예를 폐위하는 문제에 대해 의논하였다. 태조는 왕후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텃밭에 새로 익은 오이가 있는지 보고 따 오라고 하였다. 그녀는 남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휘장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여러 장군들이 태조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으나 강경히 거절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휘장 속에서 나와 남편을 격려하며 갑옷을 가져다 입혀 주었다.

결국 그날 고려가 건국되었다. 왕후가 태조와 인연을 맺은 지 20여 년 만이었다. 그간 그녀는 남편이 일 년 내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보아야 했으며, 남편의 공이 높아짐에 따라 당시 군주였던 궁예의 시기와 의심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가슴을 졸여야 했다. 드디어 남편이 왕에 올랐지만 여전히 후삼국이 정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쟁이 계속되었고, 끊임없는 모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게다가 태조는 호족 회유책으로 수많은 호족의 딸들과 혼인을 감행해 무려 29명의 부인을 두었다. 당시에는 처와 첩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왕후는 ‘조강지처’라는 특별한 지위를 누릴 수 없었다. 또한 그녀에게는 자식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사로운 감정을 억제하고 창업 군주의 배필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였다. 그러기를 다시 20여 년, 936년(태조 19) 마침내 후삼국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933년(태조 16) 왕후는 후당(後唐)으로부터 ‘하동군부인(河東郡夫人)’으로 책봉되었다. 사후 신혜왕후 시호를 받고, 태조의 현릉(顯陵)에 합장되었다. 신혜왕후는 태조와 함께 500년 고려의 사직을 연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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