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석태수 사장 명의로 직원들의 재취업을 요청한 가운데 육상노조는 ‘퇴직위로금이라도 달라’며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10층 석 사장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석 사장 명의로 ‘한진해운 인적자원 채용 협조 요청’의 서한을 해운ㆍ물류업계에 보냈다. 석 사장은 서한에서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진행하는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상당수 직원의 이직이 예상된다”며 “회사는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진해운 직원들은 40년의 역사를 가진 국적 선사의 각 분야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내외로 신뢰받는 네트워크를 쌓아왔다”며 “이 같은 인재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어 한국 해운업과 회사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채용 의사가 있는 회사에서 채용 예정 직무와 소요 인원, 자격 요건 등을 회신하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호소문을 보낸 날 한진해운 육상노조는 석 사장의 집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법원의 한진해운 청산 여부 결정일이 오는 12월 23일에서 2월 3일로 연기됐는데, 회사는 직원을 12월말께 정리해고하겠다는 통보를 했다”며 “정리해고 후 법원의 결정이 나면 실직 직원들이 약 120억 원에 달하는 한진해운 사내복지기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내복지기금은 회사가 청산 또는 파산 시 기금의 50% 내에서 직원에 대해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지원이 가능하다”며 “문제는 생활안정자금은 사내복지기금 해산 시를 기점으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법원으로부터 청산 또는 파산의 결정이 난 이후에나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법원의 청산 또는 파산 결정보다 회사의 정리해고 일자가 빠르면 생활안정자금을 해고되는 직원은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직장을 잃은 직원을 위해 마련된 사내복지기금은 현재 회사 계획대로 한다면 생활안정자금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또 사측에 해고 직원에 대한 퇴직위로금 6개월분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잠시 숨을 돌릴 여유로 6개월분의 퇴직위로금을 요청했는데 회사는 법원의 허가를 핑계로 이를 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석 사장의 사무실 앞에서 퇴직위로금 6개월 보장 등 마지막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미주-아시아노선 영업망을 비롯해 해외법인과 터미널 등 알짜 자산들을 모두 매각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한진해운은 육상직원 650명ㆍ해상직원 640명 등 약 1300명을 오는 12월 말 모두 해고할 예정이다. 이미 해상직원 540명가량은 지난 10일 자로 해고 예고했다.
육상직원 650명 중 대부분도 사실상 해고가 예정돼 있다.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한 대한해운이 육상직원 300여 명, 해외직원 280여 명, 해상직원 120명 등 700여 명의 고용을 승계할 계획으로, 이들을 제외한 600여 명의 직원은 실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