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만 들일 데로 들이고 건진 것은 하나도 없는 형국입니다.”
호텔롯데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과 관련한 로비를 받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조마조마했다”며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호텔롯데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 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은 공동 주관을 맡았다. 이들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성공하면 공모금액의 0.7%(최대 368억4000만원)는 상장수수료로, 0.25%(131억6000만원)는 성과보수로 각각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장이 무산되면서 단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간의 노력이 물거품 된 것이다. 통상 증권사들은 기업의 상장이 완료된 이후 수수료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의 상장이 어려워진 것도 증권사들에게는 타격이다. 롯데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에서도 5조원 이상의 공모금액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들 기업에서 나올 수수료만 해도 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로 증권사들이 이들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을 기회는 사라졌다.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 무산이 공모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건설, 해운, 조선업종의 IPO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 기업의 상장 무산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사 관계자는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대기업 협력사뿐 아니라 신생기업의 IPO 활동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