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올해 수정경제전망을 기존 3.0%에서 2%대로 하향조정할 예정이지만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까지도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온데다 통화와 재정, 구조개혁간 조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얼마 남지 않은 금리카드를 아껴두자는 복심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4명의 금통위원들에게는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정은 우선 미국 금리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Brexit) 가능성으로 대표되는 유로존 위기, 엔화와 국제유가 등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 간에는 조화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하방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구조적요인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의 산업재편과 글로벌 교역둔화 등에 따른 수출부진 등을 단기부양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구조적으로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상황”이라면서도 “금리조정을 통한 부양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상황이 썩 좋지 않지만 2%중후반 성장률과 1%초반 물가상승률이면 굳이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기 외적으로는 하성근 위원을 비롯한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위원이 임기만료에 따라 20일자로 퇴임한다. 통화정책이 기준금리로 변경된 1999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교체(공석은 제외)가 겹쳤던 20번의 금통위 중 금리를 변경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선제적 대응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 금리수준이 적정수준이라도 향후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라면 선제적인 움직임도 필요했다”며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중 한 번은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