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ICT기업인 오라클에 대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끼워팔기 했다는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벌인 1년의 조사가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지난해 4월 조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과 올해 3월까지 두 번에 걸친 공정위와 오라클의 공방이 공정위의 패배로 끝난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글로벌ICT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겠다며 특별전담팀까지 신설했지만 첫 사건부터 무혐의로 끝나 무용론까지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전원회의를 열고 한국오라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에 관한 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언론에 사건 조사 착수를 발표한지 1년만이다.
앞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오라클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소프트웨어를 끼워팔기 하고 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관련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라클은 자사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DBMS를 쓰고 있는 기업들에 유지·보수서비스를 팔면서 차기 버전을 끼워팔아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또 필요하지 않은 유지·보수까지도 세트를 묶어 팔아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전원회의에서는 오라클의 유지·보수서비스에 차기 버전을 끼워파는 것은 정당한 비즈니스 정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DBMS시장은 DBMS 자체와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아울러 비용이 책정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오라클이 유지·보수비로 22%나 받는 것에 대해서도 IBM 등과 비교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은 12일 배경브리핑에서 "기업이 계약내용을 검토하고 판단해서 계약을 했는데 무조건 시장지배적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싸게 파는 문제는 법이 규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필요하지 않은 유지·보수서비스까지 구입을 강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지식재산권의 침해 및 무단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로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공정위가 오라클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리면서 지난 1월 공정위를 방문한 미국 상무부 차관의 압력에 공정위가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유선주 심판관리관은 "미국 상무부 차관의 방문과 이번 사건은 전혀 무관하다"며 "브공정위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