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진화한다. 특히 ‘종신보험’ 상품이 그렇다. 과거 종신보험은 가장이 죽은 뒤 남은 유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한 보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망보험금을 의료비·연금 등으로 전환해주거나, 해지환급금을 낮추는 대신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등 새로운 유형의 종신보험이 등장하고 있다. 고령화, 저성장 국면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고 보험료 부담이 버거운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국내 한 대형 생보사는 가입자 본인의 생전 생활보장에 초첨을 맞춘 상품을 출시했다. 사망 이후 받게 될 보험금을 의료비와 생활비로 미리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종신보험 상품이다.
해당 상품에 따르면 주계약 1억원 가입자는 특별 약관에 가입하지 않아도 8000만원까지 의료비를 보장받는다. 또한 보험 가입 금액의 80% 이내에서 최소 2회부터 최대 20회까지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은퇴 이후부터 90세까지 생활비 수령이 가능하다. 즉 사망보험금을 노후 의료비나 생활비로 미리 앞당겨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망보험금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해주는 ‘연금전환 종신보험’도 기존보다 진화된 상품이다. 이는 계약자가 일정 기간 이후 연금으로 전환하면 적립금을 재원으로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한 종신보험이다.
다만, 연금전환 종신보험이 연금보험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연금전환 종신보험은 연금의 속성을 띠고는 있지만 상품의 본질은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이다. 하지만 연금보험은 노후 보장을 본질로 하는 저축성보험이다.
더불어 연금전환 종신보험은 연금보험보다 연금 수령액이 적다. 해지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 전용 보험에 들고 싶다면, 별도의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다.
최근 출시되는 종신보험은 해지환급금을 낮추는 대신 보험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7월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한 ‘저해지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입자가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해지를 할 경우 해지환급금을 기존보다 70%로 덜 받는 대신 보험료는 최대 25%까지 할인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보험료를 낮춰 고객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넉 달 만에 가입 건수가 2만1300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유의할 점도 있다. 보험료를 적게 내는 점은 유리할 수 있지만, 기존 종신보험이 비해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별도 확인서를 통해 ‘중간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음’을 가입자에게 명확히 알릴 것을 지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