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6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문병호(국민의당), 은수미(더민주), 박원석(정의당), 유승희ㆍ최민희(더민주), 김제남(정의당), 신경민ㆍ강기정ㆍ김경협(더민주), 서기호(정의당), 김현ㆍ김용익ㆍ배재정(더민주) 의원 순으로 이어져 26일 현재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오후 6시50분께 14번째로 발언대에 오른 배 의원은 앞서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존경한다. 사랑한다"고 말문을 연 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탄 채 발언대에 오른 김용익 더민주 의원은 오후 4시45분께부터 연설을 시작해 2시간 가량 연설을 했다. 김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시민적 권리 침해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적 가치의 충돌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도 깊이 있게 토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4일 더민주가 발표한 현역 의원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 명단에 오른 김현 의원은 오후 12시30분께부터 4시간15분 가량 연설을 했다. 김현 의원은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일일이 소개한 뒤 테러방지법에 대해 "직권상정해야 하는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7시께부터 12시27분까지 5시간30분 정도 연설을 진행했다.
서기호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2시간이 지나 국회 정론관을 찾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여야간 신경전도 잦아지고 있다.
김용익 의원이 연설 시작 전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민감시법'이라는 팻말을 단상에 올려놓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팻말을 내릴 것을 요구했고,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유권해석을 받아볼 동안 내려달라"고 중재하기도 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발언 도중 "4년간 국회에서 의정활동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의석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발언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그러자 서 의원은 “김 의원께 말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를 말한 것으로, 여야를 가릴 것 없다"고 응수했다,
서 의원은 김 의원이 또 다시 소리치자 “제 발언을 제지시키려면 그렇게 소리를 질러서 하는 게 아니라 법에 따라 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새벽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에스엔에스(SNS)에서 국민들은 테러방지법을 국민스토킹법, 빅브라더법, 유신부활법, 국민주권강탈법, 아빠따라하기법, 국정원하이패스법 등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앞으로 나와 “의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전혀 아닌 사실을, 사실인양 그냥 인용해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항의했다.
더민주 소속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뭐가 사실이 아닌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조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아빠따라하기 법입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빠따라하기법’은 누리꾼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통치를 부활시키려고 테러방지법을 추진한다면서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이석현 부의장은 “김경협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며 “모든 국민 생각이 조원진 의원하고 똑같은 게 아니다, 국민들의 생각을 전하는 것 뿐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이 거친 항의를 이어가자 이 부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회법 145조에 퇴장하라고 할 수 있다. 경위를 불러 퇴장시키기 전에 빨리 앉아요”라고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