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저작권 횡포와 정보윤리의 경계선

입력 2015-12-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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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뉴미디어부 차장

인천지역 초등학교 70여곳이 때아닌 저작권 논란에 빠졌습니다. 저작권 업체로부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느닷없이 받았으니 적잖게 당황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인천지역 전체 초등학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8곳이 최근 ‘윤서체’라는 이름의 컴퓨터 글자 모양을 사용했습니다. 학교 안내장, 교실 안 게시물, 가정통신문 등에 이 글자체를 사용한 것인데요. 해당 업체는 저작권을 주장하며 275만원을 내고 유료 글자체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문제의 글자체는 지난 2012년에도 저작권이라는 날카로운 권리를 한 차례 휘둘렀습니다. ‘소송’이라는 단어에 깜짝 놀란 한양대와 건국대, 동국대, 전남대 등 전국의 여러 대학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글자체 사용권을 구매하기도 했지요.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하루에 수없이 많은 활자와 문자를 접하게 됩니다. 당장 컴퓨터를 켜고 문서창만 열어도 입맛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갖가지 한글 글자체가 차고 넘쳐납니다. 대부분이 누군가 밤잠을 줄여가며 힘들게 만들어낸 하나의 창작품이지요. 고맙게도 우리는 이제껏 그들의 지식재산을 아무런 대가없이 누려왔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글자체 사용에 앞서 ‘유료’라는 단서 사항을 인지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리고 글자체마다 사용료가 달랐다면 또 어땠을까요.

단언컨대 반드시 해당 글자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는 한, 유료 글자체를 돈까지 내면서 사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대가없는 글자체 사용에 익숙해졌고, 딱히 돈까지 들여 특정 글자체를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기능적으로 모자람 없는, 대가없이 쓸 수 있는 글자체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립니다. “상업적 용도가 아닌, 비영리 목적의 교육기관에 대한 저작권 횡포”라는 게 상당수 의견입니다. 많은 동조성 댓글도 이 의견 위에 고스란히 포개졌습니다.

이밖에 “개발자가 유료임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모르고 사용한 사람에게 선경고 후조치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정반대의 의견도 많습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폰트 저작권을 존중해야 하고 그 대가도 제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우리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맞을까요.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의 무분별한 남용을 견제하고 비평하되, 타인의 지식재산은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권리를 지닌 이들의 권리 남발과 횡포는 사실 얄밉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칙은 중요합니다. 특히 교육기관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원칙을 따르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야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학생들이 또 다른 지식재산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자산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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