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증권가에 분 ‘응답하라 1988’

입력 2015-12-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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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부장

요즘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열풍이 뜨겁다. 시청률이 16%를 기록하며 복고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극의 주연들처럼 필자도 1988년은 고3 때라 드라마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치열하게 고뇌하고 꿈도 많았지만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가장 컸던 시절이었다.

요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도 일명 ‘응팔 앓이’ 중이다. 딸과 함께 ‘응팔’을 보고 있자면 극 중 나오는 소품이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해 딸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때마다 아련한 추억 속에 잠시 잃어버린 향수가 떠오르면서 나도 ‘응팔 앓이’에 빠지는 것 같다.

증권업계에서도 요즘 ‘응팔’에 빠진 것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응팔’ 얘기가 주를 이룬다.

5년 전 증권사에서 명예 퇴직한 임원이 필자에게 한 얘기는 1988년 증시 황금기를 실감 나게 한다. “지점에서 일할 때 강남 큰손들이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줄 서서 상담할 정도였다”며 “당시 딸을 소개해 주겠다는 고객들도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에 만난 또 다른 증권업계 임원은 “ 당시 지점에서 일할 때 지점장이 새로 와 증권사 영업사원도 보험설계사처럼 밖으로 돌아다녀야 한다며 영업 혁신을 부르짖었다”며 “대부분의 사원이 당구장이나 사우나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냈지만, 주식투자를 원하는 고객이 워낙 많아 기존에 다 처리하지 못한 것만 처리해도 목표 실적을 초과할 정도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만큼 1988년을 기점으로 증권업황은 몇 년간 최대 호황기를 보냈다. 실제 1988년 경제성장률은 서울올림픽 개최 효과로 12%를 기록해 경제 호황기를 보냈다. 주식시장도 1987년 525.11포인트였던 종합주가지수가 1988년 말 907.2포인트로 73% 급등하는 수혜를 입었다. 당시 상장 종목 수는 970개로 일 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얼마 전 증권업계 한 임원과의 점심에서 나눈 대화에서도 ‘응팔’ 열풍을 엿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증권업계 현실을 대변해 씁쓸함이 느껴졌다.

“1988년은 취업준비생에게 최고의 직장이 증권회사일 만큼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때다. 지금 증권사 직원들이 불황으로 명예퇴직이나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 임원은 1988년 신입사원으로 보낸 ‘증시 황금기’를 회상하며 당시만 해도 삼성이나 대우 등에 다니는 동기들이 부러워했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증권사나 증권업계에서 1988년에 근무했던 증권맨은 전설로 여겨질 정도로 극소수만 일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1988년 남성의 신입사원 연령을 군대 포함 28세로 가정할 때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중 이 시대를 경험한 1961년생 이상 비중이 39%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50대 임원을 찾기보다 40대 임원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다. 증권업계에서는 임금피크제니 60세 은퇴는 먼 나라 얘기다. 올 상반기 증권사 실적이 반짝 개선됐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어려워져 내년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증권사 임직원은 한숨을 내쉰다.

사실 올 상반기 증권사 깜짝 실적 개선은 지난해 불어닥친 증권사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 부분 나타난 것이다. 올해도 증권업계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세밑 한파가 불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응팔’이 증권맨들에게 주는 추억의 끝자락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내년은 자본시장 개설 60주년을 맞는 해다. 연말이면 증권사 직원들이 명퇴에 가슴 졸이지 않도록 자본시장이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 20년 후 2016년이 주식시장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었는지 응답을 물었을 때 또 하나의 전설로 남을 수 있는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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