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상필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입력 2015-1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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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현 산업1부 기자

“이번 인사에서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던데…”

조직 개편을 앞두고 만난 3년차 직원이 전하는 삼성 계열사의 내부 분위기였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언론에서 각 기업의 인사를 예측하는 기사가 쏟아지며 조직 분위기에 긴장감이 흐른다는 전언이다.

LG그룹을 시작으로 재계가 연말 인사에 본격 착수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그룹의 인사가 시작됐으며 SK, 현대차 등 대기업의 인사가 연달아 진행된다.

올해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대한민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표가 예상되며 기업들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 재계 인사 키워드도 ‘신상필벌’로 압축된다. 성과를 낸 임원이나 CEO에게 승진을 보장하고, 부진을 면치 못한 사업부의 수장들은 좌천되기 마련이다.

기업별로 성과를 못낸 CEO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단 기사도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인사태풍이 예고되자 이들은 ‘자라 목’이 들어가듯 움츠러들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창업주들의 인사 철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은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철학 아래 일을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않고 지원했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은 ‘신상필벌’의 원칙 속에서도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보려 하고, 그것을 키워주는 타입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부회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좌절을 딛고 성공했을 때 이 회장은 전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 등 1960년대 경제 불모지인 한국에서 산업역군으로 활동하던 재계 1세대들은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를 중시했다. 실패를 자산으로 여기며 재기할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창업주들의 인사 철학은 사람을 소모품이 아닌 ‘조직의 핵심 요소’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내치기보다는 신뢰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며, 급변하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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