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소득세가 애초 예상한 57조3310억원보다 1조4129억원 늘어난 58조7439억원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세는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45조8000억원으로 45조9000억원이 걷힌 법인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해 법인세와의 격차를 15조원가량 벌렸다.
반면 부가세는 올해 예산안에서 58조8568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추경안에서는 이보다 3조4158억원이 줄어든 55조4410억원을 예상했다. 법인세도 처음 예상보다 2조706억원이 줄어든 43조976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소득세가 이같이 늘어난 것은 물가 상승에 따라 명목 임금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정산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경기 민감도가 낮은 소득세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은 부가세와 법인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침체하면 소비가 줄고 기업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부가세와 법인세를 경기에 민감한 세목으로 판단한다. 지난 1990년 이후 세목별 세수 현황을 보더라도 부가세가 소비세보다 덜 걷힌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없다. 이에 한편에서는 앞으로도 정부가 직장인의 유리 지갑에만 의존하는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가 지속한다면 이 같은 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경기에 민감한 부가세와 법인세는 줄고 경기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세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신호”라면서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이 같은 현상은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