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우리술과 천연발효식초의 시너지

입력 2015-06-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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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요즈음 건강식품으로 천연발효식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초는 그 자체는 산성이지만 몸에 흡수되면 체액을 알카리성으로 바꾸는 알카리성 음료다. 사람의 체액은 pH7.4 정도의 약알카리성을 유지해야 혈액순환이 좋고 면역력이 강해진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식초는 혈관질환 개선, 스트레스 완화, 피로회복 등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식초의 효능을 연구한 사람 중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세 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건강음료인 식초는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술로 만든다. 중간에 발효라는 신비한 과정이 있다. 당분이 알코올 발효를 통해 술이 되고, 술이 초산발효를 통해 식초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술과 함께 식초도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다. 부엌의 부뚜막 등 따뜻한 곳에 ‘초두루미’라 불리는 식초를 안치는 항아리를 두고 가끔 술을 넣어 주면 맛있는 식초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자연적인 초산 발효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천연발효식초다. 초산발효는 알코올 도수 4~8%의 술을 30℃ 전후의 온도를 유지하고, 햇볕은 차단된 곳에서 공기를 통하게 해주면 잘 이뤄진다. 이때 ‘종초(種酢)’라 불리는 살균되지 않은 천연발효식초를 조금 넣어주면 더 쉽게 된다.

한국에서 천연발효식초는 흔하지 않다. 마트에서 쉽게 접하는 양조식초는 천연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희석식 소주 원료인 주정에 물을 넣어 희석한 다음 초산균을 투입하고 공기를 강제로 불어 넣어 속성 발효시킨 것이다. 여기에다 현미 엑기스를 넣으면 현미양조식초, 사과 엑기스를 넣으면 사과양조식초가 되는 것이다. 세계적 현미식초인 일본 흑초는 현미로 술을 담근 다음 이를 천연발효시켜 오랜 숙성과정을 거쳐 만든다. 유럽과 미국 등의 좋은 포도식초나 사과식초도 포도나 사과로 술은 담은 다음 천연발효시켜 만든다.

이러다 보니 술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팔리는 고급 식초, 비싼 식초는 거의 모두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된 것들이다. 식초는 술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술보다 더 높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좋은 농산물로 만든 좋은 술을 발효시켜야 좋은 식초가 나올 수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좋은 술과 맛있고 몸에 좋은 식초가 있었다. 그런데 일제 침탈 이후 가양주 문화의 단절과 함께 좋은 술과 식초가 사라졌고,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된장, 고추장, 젓갈 등 다양한 발효식품 문화를 생각할 때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늦었지만 우리 술과 천연발효식초를 연계해 산업화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자. 식초는 조미료와 건강음료로 술보다 활용성이 넓고, 사용 원료도 곡식과 과일뿐 아니라 야채와 산야초 등 다양하다. 농촌에서 술만 만드는 것보다 술과 식초를 동시에 만들면 시장 확보와 농산물 활용, 고부가가치화 등에서 유리할 것이다. 다만 술과 식초를 동일한 공간에서 발효시키면 술맛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공간 분리 등의 주의는 필요하다. 최근 우리 술과 천연발효식초를 연구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낙후된 한국의 농업과 농촌경제를 살리는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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