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해결을 위해 업체들이 분양가를 사실상 인하해주는 이른바 '땡처리'를 하자 결국 당초 분양시 책정했던 분양가는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이 극도의 침체에 빠지면서 업체들의 '미분양 털어내기' 수법도 한층 더 가열화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적체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광역시 등 지방시장의 경우 입주 이후까지도 장기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업계도 미분양 타개책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분양 물량 적체 타개책으로 업계가 사용하는 '최후의 방법'이 '땡처리'다.
분양가에 포함되는 각종 옵션 공사비용을 깎아주거나 장기 무이자 융자를 해주는 방법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벽산건설이 부산광역시 사상구 덕포동 벽산블루밍에 도입한 땡처리 수법은 장기 무이자 융자다.
당초 1억8000만원에 분양한 이 아파트 34평형에 대해 최근 벽산은 분양가의 절반인 9000만원을 입주시까지 내고, 나머지 분양가 잔액 9천만원은 4년 뒤에 내는 융자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벽산건설은 분양가 잔액 9천만원의 4년간 이자에 해당하는 약 2천만원을 계약시 입주자에게 준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 경우 벽산건설 측은 실지급 이자액 2000만원을 그대로 분양가에서 인하해줬으며, 3년동안 미분양상태로 남아있는데서 발생한 금융비용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약 4000만원의 분양가 인하를 단행한 셈이 된다.
즉 2003년 7월 분양한 이 아파트의 당초 분양가는 1억8000만원이었지만 3년 반이 지난 현재 분양가는 오히려 1억4000만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입주 후 분양가 인하는 업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입주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생기는 관리비 손실도 업체가 꼬박 물어야하는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3년이 지나 4000만원의 분양가 인하를 해줄 수 있다면 결국 당초 책정한 분양가 자체가 미분양시 '흥정'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었냐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4000만원에 해당하는 분양가가 거품이라는 것을 업체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덕포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상구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평당 380만원 선으로, 쌍용스윗닷홈 등 신규 아파트의 매매가도 450만원에 지나지 않는 곳"이라며 "이런 지역에 벽산건설이 350세대짜리 소규모 단지를 지어놓고 평당 540만원선에 분양가를 책정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중견업체들이 '미분양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흥정용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무리 미분양이 문제라도 손해를 보고 팔지 않을 것임을 감안한다면 당초 분양가의 20%가량이 결국 거품인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