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까지 470명 이상의 회원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의 권리를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위임 의사를 밝힌 주식 주는 65만여주, 전날 종가 기준으로는 440억원 규모다. 소액주주들이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연대를 선언한 지 이틀만이다.
현재까지 모인 주식은 삼성물산 발행주식의 0.40% 가량에 불과하지만 주목되는 부분은 결집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위임 의사가 확인된 주식 수는 전날 오후 5시까지 하루만에 약 26만주가 모였고 다시 하루만에 2.5배 가량 증가했다. 삼성과 엘리엇의 지분경쟁이 본격화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회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움직임이 소액주주 전체로 확산될 경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의 소액주주 지분은 9만9939만여주로 전체의 63.61%에 달한다. 현재 카페는 위임권 모집, 홍보 등을 담당할 운영진을 모집하는 등 체계적인 주권위임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이 주장하는 현물배당 등은 결국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방안”이라며 “소액주주의 이득과 삼성지배구조 개편이 동일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엘리엇이 극단적으로 삼성물산의 배당을 70% 이상 요구한다거나, 보유 중인 삼성전자, 삼성SDS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서 주주이익으로 환원하겠다는 의견을 낸다면 이에 찬성할 주주들도 상당해 보인다”며 “삼성물산이 기존 주주를 포용하는 파격적인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세우지 않는 한 엘리엇의 옵션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