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4 이통, 퍼주기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입력 2015-06-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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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산업국장

정부가 올해 안에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개 사업자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4번째 사업자를 끌어들여 가계통신비를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제4이통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7년 전인 지난 2008년이다. MB정권은 당시 통신시장에 신규사업자를 도입하면 경쟁이 심화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가격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정부는 이후 사업자 선정 작업을 수차례 벌여왔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6차례 심사를 진행했으나, 신청 사업자 모두 기준 미달로 선정된 곳이 없었다.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자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조치가 이번에 취해졌다. 정부의 일정대로라면 2017년부터 새로운 이통사가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통신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던 당시와 현재는 시장 환경이 확연히 달라 제4이통 사업자 도입이 오히려 시장을 더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제4이통 사업자를 도입해 경쟁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은 일견 맞아 보인다. 그러나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놓고 사업자들끼리 상대방 가입자를 뺏어오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국 망(網)을 구축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첫 번째 우려다. 현재 사업자들인 통신 3사는 이미 각 사 별로 망을 구축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반도가 그리 넓은 땅덩어리는 아니지만, 전국망 구축에는 수조원이 필요하다.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신규사업자가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제4이통 사업자가 통신 3사에 비해 통신요금을 낮게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대신 통신 3사가 구축해 놓은 망을 고도화해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뜰폰 사업자가 27곳이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제4이통 사업자를 두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여전히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이제 막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알뜰폰이 저렴한 통신요금제로 통신 3사와 경쟁을 벌이고 있어 통신요금 측면에서만 본다면 굳이 제4이통의 필요성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제4이통에 관심 있는 업체들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적극적인 검토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4이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현재 사업자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고려해 보겠다는 게 이들 업체의 입장이다. 그래서 특정 업체의 경우 민감한 현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주고,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통신시장이 왜곡된 양상을 보인다면 정부가 나서 소비자를 위한 올바른 구조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렇지만 그 간섭은 자유시장 경쟁의 원칙에 따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한 시장에서 건전한 기업경영이 가능하다. 왜곡된 구조를 심화시킨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제4이통은 1~2년짜리 사업이 아니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을 만한 규모도 아니다. 기간통신 사업자로서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도 선도해야 한다.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계통신비 부담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4이통 사업자가 정직한 사업모델에 기반을 두지 못할 경우 기업은 기업대로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비용을 대기 위해 힘들어진다. 통신시장 역시 소비자에게 유익하기보다는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을 위해 퍼주기만 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지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도 ‘정부 바라기’ 식으로 정부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 주도면밀한 검토로 정확한 사업성을 근거로 해야만, 새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통신대국’이라는 명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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