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향후 통화정책은 새로 입수되는 경제지표들이 성장 전망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또 그것들이 성장, 물가, 가계부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판단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지난달 전망한 성장경로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 “4월 경제전망 발표 때 밝혔듯이 내수는 완만하게나마 개선세를 보이고 수출은 부진하다”고 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수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수출은 4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5월 들어서는 20일까지 보니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출이 부진한 것은 저유가 영향도 있고, 글로벌 교역 회복 자체가 부진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또 “수출 부진은 저희들만의 현상이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며 “우리가 특히 더 부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 정도로 주요 선진국의 10%대보다 높다”며 “수출 부진이 전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한국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최근 수출부진은 중국의 성장둔화, 엔화 약세 같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서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을 시작으로 이 총재가 다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달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때 매파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는 평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높이며 굳이 간단회 자리에서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는 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최근 연내 금리인상 발언에 대해 유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해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움직임, 자금 흐름 등을 저희들이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앞서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통상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금리인상 압력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는 과거 여러 차례,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이 기준금리를 곧바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한국은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일 고려대 교수, 안동현 서울대 교수,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등 각계 굥재 전문가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