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큰손’인 보험사들이 지난해 채권에 54조원을 투자해 전년보다 3배 이상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 되면서 자산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장기물 국공채 등을 중심으로 사들인 것이다.
11일 보험업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총 54조3273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해 전년(17조6403억원) 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연기금·공제회(46조1176억원) 보다 8조원 가량 많은 수치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채권은 국공채다. 보험사들은 국공채를 21조1182억원 순매수해 전체 순매수 금액 대비 39%를 차지했다.
또한 보험사들은 공공단체나 공적기관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별법인이 발행하는 채권인 특수채를 14조115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은행채(6조3636억원), 통안증권(6조789억원), 기타금융채(3조737억원), 회사채(1조4109억원), 자산유동화증권(1조3512억원), 지방채(8153억원) 순으로 사들였다.
보험사들의 최근 5년간 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 증가율은 12%, 운용자산 내 채권 비중은 53% 수준이다.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채권투자를 늘리고 있는 원인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안정적인 장기 국공채 위주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상반기 국공채 발행 물량이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발향 물량이 확대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보험을 판매한 돈으로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거둔 뒤 계약자 몫으로 보험료를 지급한다”며 “금리가 낮아도 안정적인 장기물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위험기준 자기자본(RB) 비율을 산정할 때 지금처럼 채권평가손익을 그대로 포함하기로 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장기 채권을 한 뒤 발생한 평가이익을 RBC비율 산정시 제외하게 되면 보험사별로 RBC 비율이 약 20~3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현행 규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보험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고 다시 채권 투자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