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줘야 하나"… '세뱃돈' 스트레스

입력 2015-02-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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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집에 가게돼 설레지만 조카들 세뱃돈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자동차 부품 업체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강홍원(48)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면 조카들 세뱃돈 때문에 늘 고민한다.

부모님은 물론 일가친척들 선물비용에 10명이나 되는 조카들의 세뱃돈까지 강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강씨는 "조카들에게 세뱃돈 줄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보다 더 얇아진 지갑 사정으로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나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세뱃돈만큼은 빳빳한 새 돈으로 주고 싶은 마음에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세뱃돈으로 얼마가 적당한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설 연휴를 하루 이틀 앞둔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은행. 세뱃돈으로 쓸 신권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창구가 무척이나 북적였다.

은행 직원들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인 돈다발 뭉치를 돈을 세는 기계인 '계수기'에 놓자 빳빳한 신권들이 쏟아졌다.

세뱃돈으로 가장 인기 있는 신권은 단연 1만원권과 5만원권. 하지만 은행 점포마다 할당된 신권이 보통 3000~5000만원 정도인 탓에 신권은 금세 동이 났다.

은행 직원들은 신권을 구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신권처럼 상태가 좋은 구권을 보여주며 돈을 세느라 연신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은행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기 불황으로 세뱃돈 액수를 줄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박후선(43)씨는 "조카들 세뱃돈을 줘야 하는데 경기 불황으로 설 보너스가 줄어들어 작년보다 액수를 조금 줄일 계획"이라며 "설 연휴라 좋기는 한데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세뱃돈은 또 하나의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1만원권 신권 10장을 바꾼 직장인 한보경(37·여)씨도 "조카들이 세뱃돈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경기가 어려워 액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에게 3만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에게는 1만원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경제적인 부담으로 최근에는 세뱃돈 대신 디지털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광중(31)씨는 조카들에게 세뱃돈 대신 저렴하게 구입한 디지털상품권을 나눠 줄 생각"이라며 "조카들도 결혼 비용을 모으고 있는 삼촌의 경제 사정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은 설날 세뱃돈으로 평균 20만원을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최근 직장인 728명을 대상으로 '설날 세뱃돈'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녀 직장인들은 평균 20만1456원을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혼 직장인(36.8%·268명)은 평균 24만932원을, 미혼 직장인(63.2%·460명)은 평균 16만1021원을 지출하겠다고 밝혀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세뱃돈 지출 금액이 약 8만원 많았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세뱃돈을 지출할 것이라고 밝힌 직장인이 전체의 46.2%로 가장 많았고, 44.4%는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세뱃돈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직장인은 9.5%에 그쳤다.

세뱃돈 지출 규모를 줄이는 이유는 '세뱃돈 외에도 지출할 돈이 많아서'가 38.4%로 가장 많았고, '먹고 살기 빠듯해서'(36.8%)가 뒤를 이었다.

직장인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연령별 세뱃돈 액수는 ▲대학생·취업준비생 5만원 ▲중˙고등학생 3만원 ▲미취학아동·초등학생 1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뱃돈의 의미와 쓰임새 등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본래 세뱃돈은 '복을 불러오는 돈'이라는 의미로 주고 받았다"며 "받는 사람은 세뱃돈 액수가 적어도 그 의미를 크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세뱃돈을 너무 경제적인 가치로만 평가하고 있어 세뱃돈이 지닌 의미와 상징이 퇴색되고 있다"며 "세뱃돈을 주고받는 것은 좋지만 그 의미와 쓰임새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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