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의 지분을 보유중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기관들을 대상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도 실적 부진과 한화그룹 차원의 일부 지분 매각까지 겹치면서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해 12월초 매각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UBS증권을 통해 기관들의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예보는 지난해 3분기 현재 한화생명의 지분 2억1496만2000주(24.75%)를 보유하고 있다.
예보는 한화생명이 자사주 매입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등으로 지분을 매각 하기 위해 준비했다. 실제로 한화 생명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2년여만에 공모가인 8200원을 회복한 뒤 9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한화생명의 지분 인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면서 주가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한화생명이 예상 실적 전망치의 3분의 1에도 미치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4분기 당기순이익이 274억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예상치 901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화그룹에서 한화생명 지분매각 등을 통해 추가 자금 확보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한화가 올 상반기(1∼6월) 삼성그룹 계열사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한화생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생명 지분 매각과 관련한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청에 대해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보에서 수요예측을 실시할 당시 기관투자자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자사주 매입 효과는 끝나고 있고 실적도 좋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지분을 인수하려는 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측은 지속적으로 시장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접촉하고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 예보 관계자는 "보유중인 한화생명의 지분을 어떻게 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매각을 할 것인지 검토하고 시장 동향을 알아보고 있다"며 "주관사가 전화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