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신예들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박인비(26ㆍKB금융그룹)와 스테이시 루이스(29ㆍ미국)의 대결로 좁혀진 올 시즌 LPGA투어는 남은 4개 대회에서 올해의 ‘여왕’이 가려진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양강 구도다.
그러나 내년 시즌 LPGA투어는 양강 구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LPGA투어 사상 가장 강력한 신예들이 투어 판도를 뒤흔들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동갑내기 라이벌 김효주(롯데)와 백규정(이상 19ㆍCJ오쇼핑)이 있다.
김효주와 백규정은 올 시즌 LPGA투어 대회에 비회원으로 출전해 각각 우승컵을 거머쥐며 내년 시즌 풀시드를 획득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과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등에서 정상에 올라 물오른 샷 감각을 선보였다. 특히 김효주는 2008년 신지애(26)가 세운 한해 최다 상금 기록(7억6500만원)을 6년 만에 갈아치우며 사상 첫 10억원 상금까지 넘어섰다.
백규정은 하나ㆍ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올해 신인으로 KLPGA투어 무대를 밟은 백규정은 4월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과 KL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려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다. 호쾌한 장타력과 신예답지 않은 대담한 승부근성까지 갖췄다.
두 선수는 내년 시즌 LPGA투어와 국내 대회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KLPGA 투어가 휴식기인 내년 1월부터 4월 초까지는 LPGA투어에 전념하되 국내 시즌에는 1∼2개월 동안 국내에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후 6∼9월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대회를 치른 뒤 아시안 투어가 시작되는 10월부터는 LPGA투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동계훈련지를 태국으로 정한 김효주는 내년 2월 중순 방콕 인근에서 열리는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반면 백규정은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시즌 개막전이나 호주 대회에서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KLPGA투어 상금왕 장하나(22ㆍ비씨카드)도 LPGA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장하나는 지난 14일 하나ㆍ외환 챔피언십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 겨울 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다.
지난해 상금왕을 비롯해 대상과 다승 부문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오른 장하나는 올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세계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장하나는 유럽 현지 언론으로부터 “지금 당장 LPGA 무대에 뛰어들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만약 장하나가 내년 시즌 LPGA투어에 합류한다면 KLPGA투어 3인방의 LPGA 전성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 있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17ㆍ뉴질랜드)다. 올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과 마라톤 클래식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는 올해 단 한 번의 컷오프도 없이 매 대회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부분 타이틀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연소 세계랭킹 1위를 두드리는 리디아 고와 LPGA투어 새 바람을 노리는 김효주ㆍ백규정, LPGA투어 진출을 선언한 장하나가 뜨거운 겨울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