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린 시절에 수줍음이 많아서 쉽게 남 앞에 나서지 못했다. 어머니께서는 이런 나를 두고 비위치레를 못한다고 나무라시곤 하셨다. 지금도 자신이 있는 분야에 대한 강의나 강연 외에는 남 앞에 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비위치레는 ‘비위’와 ‘치레’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비위는 ‘脾胃’라고 쓰며 각 글자는 ‘지라 비’, ‘밥통 위’...
한때 우리 사회에는 ‘괘씸죄’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지위와 직급의 고하가 분명한 계급사회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도에 거슬리거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받는 미움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치판에서는 공천권이나 임면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자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지 못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때 “괘씸죄에 걸렸다”는 표현을...
추운 겨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얼큰한 코다리 요리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들어 코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부쩍 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코다리’라는 말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명태요리라 하면 으레 막 잡아 올린 싱싱한 명태를 끓인 생태탕이나 한 번 냉동 과정을 거친 명태를 끓인 동태탕...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주도로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5·16 군사정변’은 악랄한 독재정치를 지속하다가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또 다른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역사의 아픈 한 부분으로 남았다. 3년간의 군정통치 후, 1963년에 제3공화국을 출범시킨 군사정변 세력들은 집권 초기부터 ‘반국가행위처벌법’...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삶을 담은 ‘100세를 살다보니’라는 다큐 방송이 중년과 노년층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99세이던 지난 연말에 수영장에서 자유형과 배영을 번갈아 하며 레인을 왕복하는 노인의 의연한 자세와 튼실한 체력에 놀랐고, 새해를 맞아 100세가 된 나이에도 혼자 기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여 강릉까지 가서 해변을 걷고 지인을 만난 후에 다시 서울로...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판은 ‘요지부동’과 ‘막무가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지부동은 搖之不動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흔들 요’, ‘그것(this) 지’, ‘아닐 불’, ‘움직일 동’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그것을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之’는 흔히 ‘갈(go) 지’라고 훈독하지만 대명사로서 목적어 역할을 함으로써...
북한의 핵 폐기를 두고 벌이는 북미 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회담이 다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도 중재를 위해 여러 모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북·미 양측이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다 보니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뭔가를 강하게 부정할 때 사용하는 부사 중에 ‘전혀’라는 말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느니 하는 말의 ‘전혀’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이 ‘전혀’의 어원은 한자 ‘專兮(전혜)’에 있다. ‘專’은 ‘오로지 전’이라고 훈독하고, ‘兮’는 ‘어조사 혜’라고 훈독하는데 ‘兮’는 감탄을 나타낼 때, 혹은 동사를 부사로...
얼마 전 한파가 몰아쳤을 때 “냉골 방 남매에게 가스비를 내주고 후원금까지”라는 보도도 있었고, “방 안인데도 영하 1도 냉골 방, 추위와 싸우는 쪽방촌”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훈훈한 미담도 있었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냉골 방, 과연 어떤 뜻일까? 추운 방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냉골’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냉골은 한자 ‘冷(찰...
김태우 검찰 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비위와 관련하여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여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은 현 정부가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조국 민정수석은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어제 ‘임중도원(任重道遠: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이라는 말이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임을 밝혔었다. 그런데 ‘한시외전(韓詩外傳)’이라는 책에도 다음과 같은 설명과 함께 ‘任重道遠’이라는 말이 나온다.
“증자는 거(거) 땅에 살 때에는 적은 녹봉이라도 중히 여겼다. 봉양해야 할 어버이가 계셨기 때문이다. 어버이가 돌아가신 후에는 재상이...
지난해 12월 24일 교수신문은 2018년을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보다 나은 2019년을 이루기 위해서는 2018년 대한민국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임중도원’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임중도원(任重道遠 任:맡을 임, 重:무거울 중, 道:길 도, 遠:멀 원)은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증자(曾子:공자의 제자)의 말...
2019년 1월 1일, 새해를 맞으며 덕담인사를 나눈다. 덕담은 ‘德談’이라고 쓰고 각 글자는 ‘큰 덕’, ‘말씀 담’이라고 훈독하며 “남이 잘되기를 비는 말”이라는 뜻이다.
새해맞이 덕담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복 많이 받으십시오’인 것 같다. 국어사전은 ‘복(福)’을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자 ‘福’은 ‘示+畐’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하기야 ‘한 해’라는 개념도, ‘마지막’이라는 개념도 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일 뿐 태양은 어제 떠오른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억겁의 세월 동안 그랬듯이 떠오른 날 수를 셈하지 않은 채 그저 변함없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계산이 없어 억겁이 되고, 인간의 시간은 1분 1초를 셈하려 들기에 그렇게 짧은 순식간이나 잠깐으로 느끼는 게...
이제 2018년이 나흘 남았다. 한 해가 시작되던 1월 1일에는 ‘한 해’라는 이름 아래 시간이 많이 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지나고 보니 역시 세월은 빨라서 순식간에 한 해가 다 가버렸다.
순식간은 ‘瞬息間’이라고 쓰는데 눈을 한 번 깜짝이는 시간이 ‘瞬(눈깜짝일 순)’이며, 숨을 한 번 쉬는 시간이 ‘息(숨쉴 식)’이다. 눈 한 번 깜짝이고 숨 한 번 쉬는 데...
김태우 검찰 수사관(전 청와대 특감반원)과 관련한 보도에서 ‘비위’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비리 공무원’, ‘비리 혐의’, ‘비리 의혹’ 등 ‘비리’라는 말을 주로 들어오던 터에 비교적 낯선 ‘비위’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비리와 비위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비리는 ‘非理’라고 쓰며, ‘아닐 비’라고...
어언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어중간한 태도로 한 해를 마무리할 게 아니라, 어지간한 일들은 잊고, 용서하고, 털어냄으로써 확실하게 한 해를 정리하고 산뜻하게 새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어언간, 어중간, 어지간, 이 세 단어는 순우리말 같지만 실은 다 한자어이다. 세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어’는 ‘於’라고 쓰며 ‘어조사 어’라고 훈독한다. ‘어조사’란...
지난주 며칠 동안 추위가 극성을 부리더니만 콧물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게다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거리엔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많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이 콧물감기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콧물감기는 대부분 재채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남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재채기를 하다 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적극 논의하기로 합의하고도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등 설왕설래를 계속하고 있다. 현행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역구 의석수가 총 100석, 비례대표 의석수가 총 50석이라고 할 때 A당이 지역구에서 20석을 얻고, 정당득표율이 30%라면 A당은 지역구 20석에다 비례대표 50×30%=15석을 더한...
요리사 백종원과 ‘맛 평론가’ 황교익 사이의 설전이 자못 뜨겁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지난 토요일 아침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이들 두 사람 사이의 설전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였는데, 자막까지 띄우면서 거푸 ‘저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황교익이 백종원을 저격하자, 백종원도 황교익을 저격했다는 식의 보도였다. 글쎄, 이런 상황에서 저격이라는 말을...